[일요영화] MBC'동사서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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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MBC 밤12시20분) 화려한 액션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아픔과 배신, '그리움과 기다림, ' 엇갈리는 사랑 등을 강조한 무협물 답지 않은 무협물이다. 작가주의 감독 왕자웨이(王家衛)의 개성이 깊이 배어있는 작품. 5세때 홍콩으로 이주한 왕감독의 중국 대륙에 대한 동경도 느낄 수 있다.

장궈룽(張國榮).린칭샤(林靑霞).장만위(張曼玉).량차오웨이(梁朝偉).량자후이(梁家輝).양차이니(楊采女尼).류자링(劉嘉玲).장쉐유(張學友) 등 홍콩의 스타란 스타는 모두 만날 수 있다.

또 왕 감독의 절친한 파트너인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이 흐르는 시간을 붙잡는 듯한 영상을 보여준다.

훗날 '서독' 으로 불리게 되는 구양봉은 무림의 고수를 꿈꾸며 사랑하는 자애인을 두고 고향을 떠난다.

하지만 그는 자애인이 자신의 형에게 겁탈당해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된다. 구양봉은 자신의 사랑을 가슴 속에 묻은 채 사막으로 들어가 청부살인업자로 변신한다.

뉴욕타임스의 영화 칼럼니스트 로렌스 반 겔더는 "신화적이고 멜랑콜리하며 신비스런 철학자의 영화" 라고 평했다. 화끈한 칼싸움을 기대하고 보다간 10분도 버티기 힘들다.

하지만 곱씹어 볼만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므로 비디오로 녹화를 해도 괜찮을 듯. 94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촬영상을 받았다. 94년작. 원제 東邪西毒. 영어 제목 'Ashes of Time' 이 더 그럴싸하다.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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