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 고교입시자격증 가산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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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는 14일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는 金모(15.전주시 중노송동)양은 방에 걸린 컴퓨터 자격증을 쳐다볼 때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쉬지 않고 학원을 다녀 워드프로세서 2급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고입시험에서 이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고입 내신성적의 점수산출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자격증 점수산정 기준이 불합리해 객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00년 고입전형은 총 2백50점 만점에 선발고사(1백80점)와 내신성적(70점)으로 선발하게 된다. 이중 내신성적은 교과학습 80%, 출결상황 7%, 봉사활동 7%, 수상경력 및 자격증 취득점수가 6%를 차지한다.

이중 문제가 되는 것은 자격증 취득점수. 전북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정보처리나 워드프로세서 등 국가기능사 자격증을 중학교 입학 이후 딴 것만 인정하되 급수에 관계없이 무조건 1점씩 반영한다" 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초등학교 때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한번 취득하면 평생 동안 효력을 인정받는 국가인정 자격증의 기본취지를 무시한 처사" 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도교육청의 방침대로라면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한번 딴 자격증을 중학교에 들어가 또 따야하는 모순과 낭비가 초래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기준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이 전주시내 중학교에는 각 학교마다 20~30명씩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또 워드프로세서 등의 자격증을 1, 2, 3급 구분없이 일률적으로 점수를 주는 것은 자격시험의 차별성과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교사와 부모들이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려는 초등학생들을 "중학교 들어간 후 시험을 치르라" 며 만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주시 A중학교 교사 이모(45)씨는 "이같은 산정기준은 학생들의 정보화 및 자격증 취득 열기를 꺾을 가능성마저 있는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는 중학과정을 벗어나는데다 점수를 산정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를 것 같아 이같은 기준을 정했다" 며 "올해 처음 실시하는 제도인 만큼 일단 시행해 본 뒤 문제점이 있으면 내년부터 개선해 나갈 방침" 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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