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왜 벼락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져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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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결혼.이사 등 집안의 대사(大事)를 치를 때 '길일(吉日)' 이나 '손 없는 날' 을 고르느라 신경쓰는 사람들이 많다.

할머니들은 밤에 휘파람을 불거나 손톱을 깎으면 불길하다고 야단친다.

최근 입시철을 맞아 '(문제를)잘 풀라' 고 손수건을, '꼭 붙으라' 고 스카치테이프를 선물하는 신 풍속도가 생겼다고 한다.

이 모두가 행운은 곁에 두고 불운은 멀리 쫓으려는 인간의 본능에서 나온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왜 벼락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져올까?' (박영수 지음.프리미엄 북스.8천5백원)는 이렇듯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뿌리박은 기복(祈福)과 금기(禁忌)의 풍속에 숨어있는 유래와 의미를 차근하게 풀어놓은 풍속 해설서다.

숨겨진 상징과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옛 어른들의 조심스러운 행동 하나, 말 한 마디가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복을 바라는 소박한 태도에서 비롯됐음을 깨닫게 된다.

가령 거울은 삼보(三寶)라 불리며 영험한 물건으로 간주됐다.

산모는 해산 후 아흐레 동안 거울을 보지 않는다' 거나 '갓난아기에게 거울을 보이면 해롭다' 는 속설을 신봉한 것은 뜬금없는 미신이 아니라 허약한 존재일수록 거울이 가진 주술적 힘에 버텨내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장개업한 점포에 거울을 선사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 재앙을 물리쳐 승승장구하라는 당부다.

이러한 기원의 마음은 동서고금이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도 동.서양의 문화적 배경과 인식의 차이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띄고 있어 흥미롭다.

저자가 소개하는 서양의 '열쇠 문화' 와 동양의 '자물쇠 문화' 가 대표적인 예. 똑같이 '잠근다' 는 뜻이지만 미지의 것에 도전하는 공격적 자세와 꺼림칙한 것을 피하고 최대한 방어하려는 심리가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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