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노년시대] 마지막 동반자 호스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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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위엄있는 죽음을 방해하는 최대의 천적은 질병의 고통이다.

호흡하기가 극도로 곤란한 폐암, 불에 달군 칼끝으로 배를 찌르는 것 같은 췌장암 등 말기암을 앓는 이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신에 생긴 욕창으로 죽음이 임박한 뇌졸중 노인이나 심장발작으로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호스피스는 살아갈 가망이 거의 없는 말기환자들의 고통 없이 죽을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의료서비스다.

죽음을 적극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장례를 치르는 곳이나 죽음을 재촉하는 안락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호스피스 권위자인 영국 에딘버러의대 명예교수인 데렉 도일박사는 "현대의학은 이미 마약 등 진통제로 말기환자들의 고통을 말끔하게 없앨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있다" 고 강조했다.

몰핀 주사에서 붙이는 듀로제식과 먹는 MS콘틴까지 다양한 형태의 마약진통제가 국내 의료계에도 도입돼 있다. 말기환자에겐 마약으로 인한 중독증이나 내성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됐다.

여의도성모병원 종양내과 홍영선(洪瑩善)교수는 "마약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의료진이 많으므로 환자나 가족들이 주치의에게 적극 고통을 호소하고 마약처방을 요구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입원해 있을 경우는 물론 퇴원해 집에 머물러 있을 때도 외래진료나 응급실을 통해 마약처방을 받아 통증을 줄여주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인 셈이다. 본격적인 호스피스 진료를 원하면 전문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국내와는 달리 영국.호주 등 선진국에는 국가관리형 호스피스 전문센터가 있다. 말기환자로 통증관리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서만 있으면 누구나 이 전문센터에 등록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스위스 제네바시에서 운영하는 시립호스피스센터에서 만난 말기대장암 환자 콜러씨는 "집에서 호스피스센터까지 매주 1회 외래진료를 통?마약처방을 받는다" '며 "병원에 입원하면 수액주사 등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되지만 이곳을 이용하면 집에서 고통없이 여생을 보낼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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