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성탄카드 '부적절한 유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청소년을 유혹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의 대형 서점인 K문고 크리스마스 카드 판매코너.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인 곳 앞에는 '낯 뜨거운' 그림이 그려진 카드들이 진열돼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들 중 하나는 표지에 남녀가 서로 껴안은 채 '이번 크리스마스엔 당신을 황홀하게 해드리고 싶군요. 그래서 내 뜨거운 입술로…입술로…' 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미국에 이민간 남자 친구에게 보낼 카드를 사러 왔다며 이 카드를 고른 金모(14.J여중 2년)양은 "기억에 남을 특별한 카드를 보내고 싶다" 고 말했다.

또다른 카드는 표지에 미니 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당신을 위해 평생 지녀온 '술' 을 둘이서만 나누고 싶어요" 라고 말하고 있고 카드를 펼치면 여자의 확대된 입술이 튀어 나왔다. 이 매장에는 이런 종류의 카드가 20여종 진열돼 있다.

아르바이트생 崔모(20)양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런 종류의 카드가 하루 80여장 팔렸으며 계속 늘고 있다" 고 털어놨다.

부모와 함께 온 유치원생들까지 화려한 색깔의 이런 카드를 호기심에 집어보기도 하고 부모는 보고 싶다고 보채는 유치원생들을 달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李모(36.주부.서울 행당동)씨는 "대형 서점에서 유치원생들이 보기에 '부적절한' 그림의 카드를 판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 불만을 토로했다.

역시 대형 서점인 서울 Y문고가 지하 매장과 이벤트홀 입구에서 운영 중인 카드 판매코너도 같은 상황. 'O양의 비디오' 를 연상케 하는 'X-MAS 충격 공개, 오양의 실체를 밝힌다' 는 글귀가 표지에 적힌 카드가 진열돼 청소년들이 한번씩 꺼내보았다. 카드를 제작한 S사는 "성(性)을 재미있게 패러디했을 뿐이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YMCA 이승정(李承庭)부장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야 할 카드에 저급한 상업주의가 끼어들었다" 며 "업체들은 청소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돋우는 카드를 제작해야 할 것" 이라고 촉구했다.

고수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