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 지난 6월 프랑스서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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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부인 고영희(51.사진)씨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암 치료 중 숨진 것으로 1일 밝혀졌다. 우리 정부는 이런 사실을 외교 채널과 해외 정보망을 통해 확인했으나 북측 입장과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그동안 공식 언급을 자제해 왔다고 고위 소식통은 말했다.

?사망에서 평양 운구까지=신병 치료차 파리에 머물던 고씨가 숨지자 북한은 고려항공 특별기편으로 시신을 평양으로 운구했다. 그러나 철저하게 보안에 부쳐져 최고급 관(棺)의 반입이 고씨의 신상 변화와 관련 있을지 모른다는 설 수준에 그쳤다. 북한은 고씨의 장례식을 가족과 핵심 권력층만 참석한 가운데 극비리에 치렀다는 게 우리 정보기관의 파악이다. 당국자는 "북측은 고씨 사망이 이른바 최고지도부(김정일 위원장)와 관련된 사안이란 점에서 함구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통해 고씨 사망에 따른 북한 권력 내부의 변화 가능성을 검토한 뒤 추이를 지켜봤으나 특이한 징후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당국자는 "최근의 남북 당국관계 경색이 고씨의 사망과 관련됐다는 관측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일 후계 논란=고씨의 사망이 관심을 끈 것은 김 위원장의 후계 구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사망 여부와 시기가 엇갈리는 각종 설이 증폭됐다. 일부 북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고씨의 두 아들 정철(23).정운(21)씨가 후계자로 부상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과 성혜림(2002년 사망) 사이에 태어난 아들 정남(33)씨가 가짜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다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등 눈 밖에 났다는 것이다. 북한 군 내부에서 고씨를 '존경하는 어머님'으로 내세우는 우상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첩보도 한 근거가 됐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후계 문제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내에서 권력 승계 문제는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1964년 노동당 사업을 시작으로 30년간 후계수업을 거친 뒤 권력을 넘겨받은 자신의 사례와는 다른 형태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영희는 누구=김정일 위원장과 사실상 부부관계를 맺어온 성혜림.김영숙과 달리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해 왔다. 일본에서 태어난 고씨는 제주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60년대 초 북송선을 타고 평양에 갔다.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활약하던 70년대 중반 김 위원장의 눈에 들어 줄곧 함께 살았다.

김 위원장과 사이에 두 아들과 딸 여정(17)을 뒀으며 고씨의 여동생 영숙씨는 90년대 말 서방으로 망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졌다는 설을 비롯해 최근까지 고씨를 둘러싼 각종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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