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순씨 영장 법원서 또 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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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옷로비 사건의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가 재청구한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또다시 기각됐다.

이에 따라 서울구치소에 임시 수감돼 있던 鄭씨는 이날 밤 석방됐다. 법원은 지난 16일에도 鄭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었다.

옷로비 특별검사팀은 영장 재기각 사태 외에도 崔특검과 양인석(梁仁錫)특검보를 비롯한 수사실무진 사이에 사직동팀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 수사를 둘러싸고 내부갈등을 빚고 있어 중대한 위기국면을 맞게 됐다.

서울지법 영장 전담 박형남(朴炯南)판사는 이날 오전 鄭씨를 불러 실질심사를 한 뒤 오후 8시쯤 "문제가 된 12월 19일과 21일 사이에(鄭씨와 이형자.영기씨 자매간에)모종의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지만 알선수재 혐의를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고 위증은 특검의 수사범위가 아니다" 며 영장을 기각했다.

朴판사는 "수사과정에서 위증이 나올 수도 있지만 위증은 인신구속 등 강제수사 대상이 아니다" 며 "알선수재 혐의 부분도 이형자(李馨子)씨 자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그동안 이들과 鄭씨의 거래관계로 미뤄볼 때 (李씨 자매의 진술을)그대로 믿기 어렵다" 고 밝혔다.

朴판사는 또 특검팀이 이번 영장청구때 추가한 사기미수 혐의에 대해 "약간의 과장은 인정되지만 鄭씨가 상인으로서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뢰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고 덧붙였다.

영장 기각 직후 특별수사관인 김도형(金度亨)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26일 오전 전체회의를 거친 뒤 다시 수사방향을 결정하겠다" 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사직동팀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의 출처 확인작업을 벌였으나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아직까지 문건의 출처가 어디인지 추론할 수 있는 단서는 하나도 없다" 며 "일부에서 청와대 박주선(朴柱宣)법무비서관이 문건을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특검 조사과정에선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고 말했다.

崔특검도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 "문건의 출처와 전달자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내가 청와대 朴비서관을 문서 전달자로 지목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고 부인했다.

朴비서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내가 문건을 전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문건 자체가 사직동팀이 작성한 게 아니다" 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이날 이형자씨와 사돈 趙모씨를 소환해 배정숙(裵貞淑)씨로부터 로비 요구를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趙씨는 "裵씨로부터 '검찰이 신동아그룹은 물론 사돈인 우리 남편의 외화밀반출 혐의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는 말을 들었다" 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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