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2세대 교육, 닮은꼴 대만에서 교훈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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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구미 지역 중국·몽골·베트남 등 결혼이주여성과 자녀가 놀이를 통해 어머니 나라 언어를 배우는 이중언어 수업을 하고 있다. 구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웅진재단의 지원으로 차세대 이중언어 인재 교육을 하고 있다. [구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20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결혼과 외국인 근로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다.

현재 초등학교와 중·고교에 다니는 전국의 다문화 가정 학생은 2만여 명. 이 가운데 경북은 2000명 가까운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유치원 등 680여 초·중·고에 다니고 있다. 대구는 이들 숫자가 870여 명에 이른다. 한국의 다문화 사회가 교육 분야 대안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대구교대(총장 손석락)와 경북도는 다문화 가정의 교육 문제를 짚는 ‘글로벌 시대 다문화 교육’이란 국제학술대회를 30일 호텔인터불고엑스코에서 마련한다. 이날 발표될 대만(팡준치 대만 의수대학 교수) 사례는 한국과 유사한 상황이 많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대만 초·중 8명 중 1명이 ‘다문화 자녀’=대만은 1987년 ‘대륙친척방문개방’을 선포하면서 중국 본토의 여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94년에는 ‘남향(南向)정책’이 실시돼 동남아의 외국인 배우자가 유입됐다. ‘(중국) 대륙 신부’는 대만에만 있는 독특한 다문화 구성이다.

중국 대륙과 동남아를 합친 외국인 배우자는 2008년 40만을 넘어섰다. 2008년 외국인 배우자는 중국 대륙 출신이 25만8000여 명으로 63%를 차지한다.

베트남은 8만여 명으로 두번째며,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캄보디아·일본 등의 순이다.

외국인 신부를 맞은 신랑은 대체로 나이가 많고 교육 수준이 낮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농·어촌 출신이 많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인 배우자도 대부분 가난한 농촌 가정 출신이다. 또 ‘늙은 신랑 젊은 신부’가 일반적이었다.

대만은 2008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한 외국인 배우자 자녀 수가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본국과 외국인 배우자 자녀의 비율은 8대 1이지만 외국인 배우자 출신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신부 ‘기초식자반’ 의무화=외국인 배우자 자녀들의 말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억양이 특별하다. 그래서 학교에서 따돌리기 일쑤다.

대만 정부는 현재 외국인 배우자와 자녀교육 문제를 몇가지로 대응하고 있다. 현과 시는 외국인 배우자를 위한 생활적응학습반을, 교육부는 2003년부터 외국인 신부 기초식자반을 운영한다. 또 발육이 느린 외국인 배우자 자녀는 ‘조기치료교육’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팡준치 교수는 “다문화 가정의 문제는 교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결론 짓는다.

호주도 다문화 국가다. 호주는 2007년 11월까지 10년 동안 64만7000명이 이주했다. 이민자 중 76%가 비영어권 출신이다. 호주 퀸즈랜드대학의 커린 맥클러스키, 셸리 돌 교수는 “호주가 교육 분야 인력을 양성할 때 이 같은 다문화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며 “비영어권 출신 예비교사는 멘토링 등 충분한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술대회에서는 이밖에 10여 편의 논문과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도티빛융)의 한국 통번역사 체험 등이 발표된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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