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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학력 평가도 꼭 필요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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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초등학생 평가제 부활에 반대하는 장하연양의 의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첫째, 학력의 잣대를 무엇으로 잴 것이냐는 점이다. 사회는 변화하는데 학력의 평가 잣대는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장양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아직 학생 신분으로 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점을 고려한다면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학력의 잣대는 시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변화에 부응해 학력의 잣대 높이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력의 잣대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방법상의 문제가 초점이 돼야 한다. 지식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지만, 오랜 세월 축적돼온 과거의 정보에 그 근본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축적돼 있는 지식을 모르고서 무슨 학력을 사회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말인가. 모든 지식을 컴퓨터에 의존해 찾고, 퍼오기만 한다면 본인의 실력이란 그저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으로 판가름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 원리와 발전 과정을 전달해 주지 않으면 누가 컴퓨터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단 말인가.

둘째, 마치 공부를 고생스럽고 괴로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중학교 과정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초등학교에서부터 놀지도 못하고 공부에 매달리느냐고 말한다. 그런 장양의 사고가 요즘 학생들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세상의 수많은 직업을 얼굴 잘생긴 순서나 착한 사람 순서로 선택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내용을 똑같이 시험본다. 물론 똑같이 배워 그 순위로 결정하는 것이 모든 사람이 수긍하고 인정하는 유일한 방법이니, 사회의 속성을 어떻게 무시하겠는가. 다시 말해 학업이란 초등학교를 떠나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등등 그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필수 단계다. 그것이 고생이고 괴로운 시간이라는 인식을 가져선 안 된다. 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는 발상이다. 누가 우리 아이들에게 학업만을 강조하고, 그 이유와 과정을 가르치지 않게 했는지 안타깝다.

박세진(경기도 광명시 광명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