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도 안나가요" 새 아파트·오피스텔 넘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주택경기의 장기 불황으로 아파트 월세 시장이 허물어지고 있다. 입주아파트가 많아지는 데다 소형 오피스텔이 쏟아져 나오면서 수익률이 형편 없이 떨어졌다. 소액으로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놓으려는 투자는 옛말이 됐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은 소형아파트가 밀집해 월세 거래가 많았던 곳이다. 그러나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요즘 월세 수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주공아파트 17평형 전셋값이 6000만~6500만원. 월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45만원에 계약할 수 있다. 지난해 말에는 같은 보증금에 월 55만원이었다가 올 상반기 월 50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수요가 없자 다시 내렸다.

지난해 말보다 500만원 정도 떨어진 전셋값 하락폭(-0.8%)보다 월세의 내림폭(-18%)이 훨씬 크다. 럭키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싼 전셋집이 많기 때문에 월세를 찾는 사람은 드물다"며 "매입해서 월세를 놓으려는 투자자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호아파트 29평형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 80만~90만원이다. 지난해 말에 비해 월세만 10만원 떨어졌다. 서초동 씨티공인 관계자는 "집 사서 세 놓아 재미를 보던 시절은 끝났다"며 "임대시장의 약화로 서민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이 많이 공급된 지역에서는 아파트 월세 시장이 동반 침체를 겪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24~26평형 아파트 월세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80만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월 20만원 이상 떨어졌다. 전세 전환율(전셋값을 월세로 바꿔 계산했을 때 이자율)이 연간 9%에도 미치지 못한다. 만약 목동 K아파트 24평형을 2억3000만원에 사서 월세를 놓는다면 연간 5%의 수익률밖에 올리지 못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그나마 간간이 생기는 임차수요도 전세에 빼앗기는 판이다. 목동 석사공인 관계자는 "오피스텔이 잇따라 입주하면서 월세 시장이 함께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입주한 목동 동양파라곤 오피스텔 26평형도 보증금 3000만원에 월 80만원 정도. 임대물건의 80%가 월세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물건이 넘친다.

오피스텔이 많은 일산신도시도 비슷하다. 대화동 19평형 아파트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60만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월세만 5만~10만원 내렸다.

황성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