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원정대] 계명대 김동민 대원 여자친구 편지에 기립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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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를 제외한 전 대원과 모든 셰르파가 약 3주일 만인 4일 베이스캠프에 모였다.기상 악화와 체력 저하로 지난 2일 베이스 캠프로의 하산 명령을 내렸던 한국 초모랑마 휴먼원정대의 엄홍길(45,트렉스타) 등반대장은 전 대원과 셰르파가 베이스 캠프에서 모처럼만의 휴식을 휴식을 갖게 되자 “우리 원정대의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며 “기상 악화만 없다면 오는 9일 대원과 셰르파가 베이스 캠프를 출발해 13일에는 예정했던 대로 시신수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3주일 만에 고소에서 하산한 셰르파들의 얼굴은 햇볕에 그을고 많이 상했지만 활발한 모습들을 잃지 않았다.현재 ABC(전진 베이스 캠프,6천3백m)에는 또 다시 캠프3(8천3백m)까지 짐 수송을 한 사다(셰르파의 우두머리) 셰르파 파상을 비롯한 2명의 셰르파와 2명의 키친보이,그리고 정오승(43,광주연맹),장헌무(35,상주종합레저백화점대표)대원이 남아 있으며 3명의 셰르파는 4일 중 베이스 캠프로 하산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일 원정대를 격려하기 위해 베이스 캠프를 찾은 한승권 계명대 산악회 OB회장을 비롯한 세 명의 산악인들은 고소적응에 실패해 4일 오후 모두 하산했다.그런데 이들이 대구를 떠날 때 가져온 격려문과 편지는 대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격려문은 05학번으로 계명대에 입학해 산악부에 가입한 새내기 6명이 선배들에게 써 보낸 격려의 글이다.

특히 이번 원정대의 막내인 김동민(23,계명대 경제학과) 대원의 여자 친구가 보낸 편지는 철저한 통신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대원들 앞에서 낭독해야 한다는 엄대장의 엄명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근사한 음악을 바탕으로 김대원이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에 ‘오빠야~ 사랑한데이’라는 표현에 전 대원이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특별 이벤트로 여덟 종류의 복권을 보내왔는데 김대원은 당첨만 됐으면 당장 짐 싸 들고 한국에 가려고 했는데 겨우 5백원 짜리 한 장만 당첨됐다며 아쉬워 했다.그래도 1주일 동안 고소 캠프에 있다가 내려와 얼굴은 까맣게 타고 살은 빠졌지만 행복한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작은 바위에 일일이 글자를 새겨 세 명 산악인의 묘비(‘백준호,박무택,장민 2004년5월19일 계명대학교 산악회’)를 만드느라 하루를 보냈다.

한편 어린이 날을 맞아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대원들을 위해 서울로 팩스를 보내 자그마한 선물을 퀵 서비스로 보내기로 했다. 이 선물들은 이번 주내에 집으로 배달될 예정이며 이에 대해 일부 대원들은 “그래도 체면치레는 하게 됐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초모랑마 베이스캠프=김세준 중앙 m&b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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