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년특집 '생명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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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SBS 박정훈 PD는 지난 3일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 상태에서 지난 8월에 아이를 낳은 산모를 보고 왔다. 아이가 건강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두 가지 혈액검사에서 에이즈 음성반응이 나온 아이는 지금 잘 자라고 있다. 에이즈 환자가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주변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현재 아이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로 미국에선 어머니가 에이즈 환자라도 관리만 잘하면 자녀에게 에이즈가 감염될 확률이 3%가 안돼 에이즈 환자의 출산을 막지 않고 있다.

박PD는 또한 지난 3월부터 특수한 사례의 임산부 두 명을 계속 카메라에 담아오고 있다. 한 명은 자궁암에 걸린 상태. 일부에선 만약의 '사태' 를 걱정해 낙태를 요구했지만 태아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다음달 중순 출산할 예정이다.

또 다른 임산부는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다. 제왕절개를 받아야 하지만 임산부의 체력이 너무 약해 수술을 받기도 어려운 처지. 현재 임산부와 태아의 상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SBS가 내년 1월초 방영할 2000년 특집 3부작 다큐멘터리 '생명의 기적' 에서 소개될 내용이다.

독자들은 약간 당혹스러운 느낌도 들겠지만 제작진이 이들 임산부를 주목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천박한 의식을 깨우쳐 주려는 목적에서다. 인터넷이다, 정보화 사회다 미래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지만 정작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람의 생명에 대해선 청맹과니나 다름없는 우리의 현실을 비판한다.

예컨대 한해 1백50만명이 넘는 낙태수술, 50%에 육박하는 세계 최고의 제왕절개 수술률 등에 숨겨진 생명경시 풍조를 지금처럼 방치해선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했다. 얼마든지 살릴 수 있는 생명을 간단하게 포기해버리는 우리의 '비정함' 을 질타한다.

박PD는 이를 위해 지난 1년 동안 미국.일본.이스라엘 등 5개국의 사례를 취재했다. 잠정적 결론은 우리 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 외국에선 하나의 생명이라도 건지려고 애를 쓰는 것과 매우 대조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에는 태아수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조그만 질병에 걸렸다고 우리처럼 쉽게 낙태해버리는 경우가 없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에는 태아시술 병원이 있을 정도. 프로그램에선 폐에 종양이 생긴 태아를 꺼내 수술하고 다시 자궁에 집어넣어 살려낸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

일례로 콜로라도주에 사는 로즈마리 여인의 감동적 사연을 공개한다. 로즈마리는 선천적으로 하반신이 없는 불구의 몸. 주위에선 그의 임신을 극구 말렸다. 하지만 그녀는 배가 짧아 태아가 좌우로 눕는 상황에서도 지난 1월 어렵게 출산에 성공해 지금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두 팔로 스케이트 보드를 밀고 다니며 아이를 키우고 있고 남편과 함께 미식축구 놀이도 즐긴다.

프로그램은 이처럼 임신부터 출산까지 생명의 탄생에 관련된 모든 것을 조명할 예정이다.

우선 태내환경의 중요성을 살펴본다. 태내환경이 나쁘면 지능지수(IQ)가 떨어지고, 또한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도 IQ가 영향을 받는다는 이스라엘 사이드만 교수의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우리 사회의 획일화한 분만문화도 반성한다. 우리는 너무 쉽게 제왕절개 수술에 의존한다는 것. 그러나 외국에선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훨씬 건강하다는 보고서가 많이 나오고 있다.

자연분만에도 방법이 많아 물속에서 낳거나, 의자에 앉아 낳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낳는 경우도 있다. 산모의 선택권이 전혀 없이 병원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절차에 따라 출산하는 우리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국내에서도 최근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가 세계모성태아학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국내 최초로 수중분만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박정훈 PD는 "잘못된 교육으로 우리의 출산문화가 심하게 왜곡됐다" 며 "생명의 귀중함에 대한 각성이 없이는 올바른 21세기를 맞을 수 없다" 고 단언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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