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젊은 총무원장’의 조계종, 막힌 곳곳 뚫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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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금의 물을 마실 때에도 그 근원을 생각하겠다.”

22일 조계종 새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자승 스님이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자승 스님은 앞으로 4년간 한국 불교의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실무를 책임지게 된다. [박종근 기자]

22일 대한불교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에 선출된 자승(慈乘) 스님의 당선 소감이다. 신임 총무원장은 젊다. 올해 55세다.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스님의 나이가 주로 50대 후반∼60대 초반인 것에 비하면 꽤 젊은 편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선 그리 큰 잡음도 없었다. 조계종단에서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 서로 견제했던 4대 종책모임(화엄회·무량회·보림회·무차회)이 하나로 연대, 자승 스님을 밀었기 때문이다. ‘50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행정수반을 맡은 조계종단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젊어진 종단 리더십=3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세납은 77세다. 지관 스님은 ‘금석학 분야의 1인자’로 꼽히는 당대 최고의 학승이다. 그래서 권위가 실린다. 더구나 절집에는 ‘어른 스님’을 깎듯이 모시는 강한 전통도 있다.

이에 반해 자승 스님의 리더십은 사뭇 다를 전망이다. 권위나 존경에 의한 화합보다 조직적이고 시스템적인 리더십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종 관계자는 “종단에는 분명 젊어지려는 추세가 있다. 그건 조계종이 불교 내부적 역할에서 사회적 역할로 방점을 옮기는 것과 맥을 같이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사회를 향한 조계종단의 적극적인 행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자승 스님은 선거 과정에서 “종단의 변화와 합리적인 개혁을 기대하는 종도들의 뜻과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50대 총무원장 선출’은 총무원 집행부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전국 교구본사 주지의 세대교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신임 총무원장의 숙제=그 동안 조계종의 종단정치판은 ‘전쟁터’였다. 2년 전에 터졌던 ‘신정아 사건’의 발단도 실은 종책(宗策) 모임간의 반목에서 비롯됐다. 이후 조계종 구성원들 사이에선 ‘종단 정치’‘계파 정치’에 대한 강한 반감의 정서가 일었다. 그래서 ‘4대 종책모임의 연대’는 이런 정서를 고려한 ‘화합의 움직임’이란 시각도 있다. 또 일각에선 “연대를 통한 지분 나눠먹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압도적인 지지가 신임 총무원장에겐 힘이 될 수도, 짐이 될 수도 있다. 지지층의 이해에 따라 다양한 요구가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승 스님은 당선 소감을 통해 “첫째도 종단 발전, 둘째도 종단 발전을 우선시 하겠다. 교구 본사나 각 계파의 요구보다 종단 발전을 우선시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고 답했다.

◆친화력이 최대 장점=불교계에선 자승 스님의 최대 장점으로 ‘친화력’과 ‘조정력’을 꼽는다. 원만한 성격으로 안팎에 적이 없다는 평이다. 조계종 관계자들은 “그런 원활한 조정력과 두루두루 통하는 친화력은 은사 스님인 정대 스님을 꼭 빼 닮았다”고 말한다. 불교계는 현 정부와도 다소의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정부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자승 스님은 “그 동안 소통이 부재했다. 앞으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불교계와 정부간 다소 불편했던 관계에 변화가 올지도 관심사다.

백성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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