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제도 23일 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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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이나 개인에게서 진 빚이 15억원 이하인 고액 채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가 23일부터 시행된다.

대법원은 31일 "고액채무자 중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급여생활자와 자영업자들이 일정 기간 매달 일정 금액을 성실히 변제할 경우 나머지 빚에 대해서는 탕감해주는 '개인회생제도'를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지난 3월 국회에서 통과된 개인채무자회생법에 근거해 마련됐다. 대법원은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 14개 법원에 32개 전담 재판부를 설치, 이 제도를 운영한다.

이에 따라 신용불량자들은 현재 시행 중인 금융기관의 개인워크아웃과 배드뱅크, 법원의 개인파산제도와 함께 이번에 추가된 개인회생제도 중 하나를 선택해 경제적으로 회생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신용불량자 수는 370만여명에 달한다. 특히 개인회생제도의 경우 다른 제도와는 달리 개인에게 진 빚도 그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많은 사람이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워크아웃은 3억원 이하, 배드뱅크는 5000만원 미만의 빚을 진 신용불량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고액 채무자들은 이용할 수 없었다.

개인회생제를 이용하려면 본인과 부양가족의 생계비(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05만원)를 초과하는 정기적 수입이 있어야 하며, 채무 변제기간은 최장 8년이다. 그러나 채권자의 동의와 원금을 다 갚는 조건으로 3년 만에 개인회생 절차를 끝낼 수도 있다.

채무자는 변제 기간 전체 소득에서 생계비 등을 빼고 남은 금액을 매달 갚아나가게 된다. 그러나 채무자가 변제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남은 빚을 탕감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취소 결정이 내려진다.

법원행정처 김형두 송무제도연구관은 "과다 채무에 시달려온 봉급생활자나 자영업자들이 법원의 직권으로 경제적 회생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제도는 거액의 빚을 진 채무자들이 변제를 포기하는 등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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