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리우드는…'치킨 런'에 시선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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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과 플라톤의 '공화국' 을 읽는 지적인 강아지와 약간 어벙한 듯하면서도 선량함을 잃지 않는 주인이 벌이는 모험담 '월레스와 그로밋' .

97년 국내에 개봉됐던 클레이메이션( 'clay' 와 'animation' 의 합성어로 점토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의미)인 이 작품으로 일약 스타급 제작사로 떠오른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사와 5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계약을 맺어 할리우드의 뉴스 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개미' '이집트의 왕자' 등 디즈니를 겨냥한 대작 애니메이션으로 일단 이 분야에서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던 드림웍스와 아드만 스튜디오의 총 계약 금액은 2억5천만달러(약 3천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액수. 드림웍스-아드만 커플이 착수한 첫 신작은 80분짜리 장편 '치킨 런' 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닭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스티브 매퀸 주연의 고전영화 '대 탈주' 를 패러디한 '닭 버전' 으로 내년 여름 미국 전역에서 개봉된다.

유명 배우를 목소리 연기에 동원해 흥행을 노리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최근 경향에 발맞춰 멜 깁슨과 미란다 리처드슨 등 호화 배역진이 성우로 나설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아드만의 대표 피터 로드와 함께 이 작품의 공동 감독을 맡아 첫 장편을 거물급 제작사와 함께 하는 행운을 잡은 닉 파크(41)에게 매스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랭커셔 출신으로 10대에 만든 애니메이션 '아키의 악몽' 이 75년 BBC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남다름을 보였던 그는 85년 아드만에 입사해 지금까지 세번의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천재 감독이다.

국내에 소개된 '월레스와 그로밋' 의 에피소드 3편을 만들었으며, 이중 '잘못된 바지 (The Wrong Trousers)' 와 '바짝 깎기(A Close Shave)' 는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단편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가 첫 장편 '치킨 런' 에서 어떤 기발하고 아기자기한 상상력을 선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만든 클레이메이션 '화려한 외출(A Grand Day Out)' 이 불과 단 한명의 애니메이터를 데리고 언제 발표될지 기약없이 무작정 만들었던 것에 비해 '치킨 런' 은 5명의 제작진을 거느리고 6개월간 집중적으로 제작돼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치킨 런' 의 뒤를 이을 차기작은 이솝 우화에서 힌트를 얻은 '거북이와 토끼' 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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