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일몰제 파장] '묶고 보자'식 도시계획 앞으로는 안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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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이번 도시계획법 개정안 수정은 아무런 보상규정을 두지 않은 채 장기간 도시계획시설을 방치하는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마련됐다.

이에 따라 도로나 공원 등 전국의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의미와 전망〓도시계획시설로 묶인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폭은 확대된 반면 도로확충 등 지자체의 도시계획사업은 크게 어려워지게 됐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도 우선 도시계획시설로 묶어놓으면 아무리 오랜 기간이 흘러도 그대로 놔둘 수 있었다. 나중에 돈이 마련되면 사업을 하겠다는 식의 강제적인 재산권 제약 관행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로 인해 도시계획시설에 묶인 주민들은 건물 신축은 물론 증.개축에 제한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보상은커녕 어떠한 반발도 묵살당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보상할 재원이 없으면 해제하든지 건물 신축을 허용해줘야 해 도시계획사업에 상당한 차질을 珦?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모든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20년 일몰제' 도입이 지자체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건교부가 당초에는 새로 지정하는 시설에 대해서만 일몰제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기존 시설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기.장기 상관없이 전국의 미집행시설인 3억9천만평이 모두 20년이 지나면 자동 해제될 수밖에 없게 됐다.

토지소유주에게 보상을 해주는 대상이 20년 이상에서 10년으로 단축된 것도 지자체엔 엄청난 부담이다.

전국에 10년 이상 방치된 장기미집행 시설은 2억2천8백만평. 이중 임야나 전답을 제외한 보상대상이 되는 대지는 여의도 면적의 11배인 1천만평으로 보상재원 소요액도 20조원(97년 공시지가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년 이상일 때의 9조원보다 금액이 두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지자체가 예산부족으로 도시계획사업을 못할 경우 도로나 학교.공원 등 도시기반시설 부족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 공공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타당성 조사와 보상대책이 마련된 뒤 도시계획시설을 결정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지자체들의 재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년짜리 도시계획시설 채권을 발행해 보상토록 하는 방안을 이번 도시계획법 개정안에 포함했다" 고 말했다.

이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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