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작품’ 70억 달러 홍강 개발 … 베트남, 한국 기업 참여 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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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하노이 주석궁 호찌민 동상 앞에서 응우옌 민 찌엣 베트남 국가주석과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응우옌 민 찌엣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관계를 기존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데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양국이 핵심 우방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협력관계’→‘동반자 관계’→‘전략관계’로 격상되는 우리 양자외교의 구조 속에서 ‘전략관계’로 발전한 나라는 베트남을 빼면 10개국 정도다. 베트남은 러시아·중국·인도와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회담에선 협력방안도 구체화됐다. 먼저 외교·안보·국방 분야의 협력 증진을 위해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차관급 전략대화’가 창설된다. 경제·통상 협력 강화를 위해 2008년 100억 달러 규모인 양국 간 교역규모를 2015년까지 200억 달러로 확대키로 했다.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의 추진 가능성과 실효성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작업반 설치문제도 연내에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특히 베트남은 70억 달러 규모의 하노이 홍강 개발사업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보장했다. 홍강 개발사업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5년 하노이를 방문해 직접 아이디어를 제공한 인연이 있는 사업이다. 그 결과 그해 9월 29일 방한한 응웬 꿕 찌에우 하노이 시장이 서울시청에서 ‘홍강 개발계획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었다.

양 정상은 베트남에 시장경제지위(MES)를 부여하는 데도 합의했다. MES는 정부의 간섭 없이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이나 임금·환율·제품가격 등이 결정된다고 인정받는 것이다. 상대 교역국이 덤핑제소를 쉽게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호찌민 묘소 참배=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에 “베트남이 역경을 딛고, 아픈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가는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김대중 전 대통령), “우리 국민이 마음의 빚이 있다”(노무현 전 대통령)는 이전 두 대통령들의 말보다 우회적이었다. <본지 10월 21일자 3면> 정상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은 베트남 공산당 창건자인 호찌민(胡志明)의 묘소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의 국부인데, 묘소를 찾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며 참배를 결정했다.

이날 오후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베트남 CEO포럼’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늘 나라 사랑하는 애국자는 기업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더 도전정신을 갖고 더 많은 투자와 통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옥 여사, 환자들에게 한식죽 제공=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하노이의 ‘108 국군중앙병원’을 방문했다. 김 여사는 SK의 후원으로 얼굴기형 수술을 받은 어린이 환자들을 방문해 한국에서 준비해온 전통죽인 ‘타락(우유)죽’을 대접했다. TV드라마 ‘대장금’에 등장했던 타락죽은 찹쌀을 갈아 우유를 넣고 끓인 것으로, 과거 궁중에서 보양식으로 먹던 음식이다. 

하노이=서승욱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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