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쿠기어드벤처 김상호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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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중견 의류업체인 ㈜쿠기어드벤쳐의 김상호(金湘浩.41)사장은 관련 업계에서는 '패션 패밀리의 대부' 로 불린다.

자사에서 근무하다 독립하는 20~30대 디자이너들을 꾸준히 지원, 히트를 치게 도와주면서 '패션 패밀리' 를 구축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패밀리의 터전은 서울 동대문시장의 아트플라자 건너편에 위치한 '닥터리' 건물. 金사장은 지난 8월 3층짜리 이 건물의 한 개 층을 통째로 임대 받아 13개 점포로 꾸몄다.

이중 12개는 자사 출신 디자이너들에게 무상 제공, 매월 관리비를 포함해 1백30만원의 실비만을 받고 있다. 나머지 한 개는 탤런트 이상아씨에게 홍보차원에서 제공했다.

이 일대에서 점포를 얻으려면 1평에 수억원 대의 권리금과 최소한 3천만원 이상의 보증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지원이다.

이들에게는 또 金사장의 공장을 실비로 이용하고 원단을 싸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체의 간섭이나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않는다. 이런 지원 등의 덕으로 패밀리 기업들은 각자 독특한 13개의 캐릭터로 유행을 선도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97년까지 3년간 이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염경희(28)씨는 최근 '로리타' 란 광택의 코팅소재 브랜드로 히트를 치고 있다. 염씨는 "독립된 사업을 하고 있지만 과거 한솥밥을 먹던 직원들이 다시 모이게 돼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큰 힘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7년간 이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최근 독립한 정수진(31)씨는 '니타' 라는 캐주얼로, 김영민(27)씨는 '쿠로쿠니' , 이충호씨(29)는 '셰도우' , 김정권(31)씨는 '기기리' , 이미화(31)씨는 '링링' 브랜드로 눈길을 끌고 있다.

金사장은 "한국 패션산업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가능성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해주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도 디자이너 출신으로 지난 92년 회사를 차려 현재는 연간 매출이 7백억원(98년 기준)에 이르고 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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