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품 모아 이웃 도와요"…구리 평촌경로당 48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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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일 오후2시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한강변 들판. 백발이 성성한 60대 노인 3명이 밭이랑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빈 농약병을 줍고 있다.

불과 20여분 사이 봉투 안에는 30여개의 빈병이 가득 찼다.

또 밭 주변 곳곳에 떨어져 있는 고철이며 빈 깡통도 보이는대로 모았다.

30분 가량 논.밭 주위의 각종 쓰레기를 수거한 할아버지들은 힘찬 걸음으로 마을로 되돌아 갔다.

이 마을 평촌경로당 소속 노인 48명은 지난 92년 7월부터 8년째 농약 빈병 수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노인 회장 이성실(李成實.68.토평동 563)씨는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한강과 인접한 논.밭에 농약병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고 지적하고 "식수원과 토양 오염이 걱정돼 팔을 걷고 나섰다" 고 소개했다.

그동안 3만5천여병의 농약병을 주웠다.

이와함께 틈나는대로 폐지.고철.빈깡통.플래스틱 등도 모은다.

특히 매월 20일은 '재활용품 수거일' 로 정하고 전 회원들이 리어카.경운기.화물차 등을 몰고 경로당 앞 50평 공터에 만든 임시집하장으로 모인다.

동네 1백여 가구를 일일이 방문해 주민들이 모아둔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하루 온종일 분류작업을 벌인뒤 고물상 등에 넘긴다.

이같은 활동으로 지난 7년간 6천여만원의 기금을 조성, 2천여만원을 이웃을 위하는 일에 뜻있게 사용했다.

지난 95년에는 1천5백만원을 들여 비좁은 마을회관(7평)을 15평으로 증축했다.

지난 97년에는 마을 회관에 3백만원까지 물리치료기를 기증했다.

또 94년부터 매년 설날에는 70세 이상 노인이 있는 40여 가구를 찾아 쌀.김.화장지 등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해 8월에는 수해로 고통받는 영세민들에게 50만원의 성금을 전달하는 등 지난 5년간 어려운 이웃들에게 성금 3백만원을 전달했다.

이같은 공로로 지난달 말 경기도가 주최한 노인 지역봉사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노인회장 李씨는 "자원재활용 운동으로 환경도 깨끗해지고 기금을 모아 뜻있는 일도 할 수 있다" 면서 "수거활동 자체가 운동이 되니 건강까지 다지고 있어 일석삼조" 라며 활짝 웃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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