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넘어] 8. 엔리케 카르도수 브라질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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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종속이론의 대부(代父)' 에서 열렬한 신자유주의자로 변신한 엔리케 카르도수(68)브라질 대통령은 남미 종속이론의 유전(流轉)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철학.사회학 박사로 20여년간 미 스탠퍼드대 등 대학강단에 섰던 후기 종속이론의 대표적 좌파 사회경제학자. 본격적인 정치현실에 뛰어든 것은 83년 브라질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부터다.

당시 브라질 경제는 2천~3천%를 웃도는 가파른 인플레이션으로 만성적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카르도수는 단호하게 종속이론과의 '이별' 을 선언한다. 종속이론이 낙후된 경제현실을 분석.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언정 그 해결책은 제시해 주지 못한다는 뒤늦은 깨달음 때문이었다.

그는 재무장관직에 오른 93년께부터 신자유주의 정책에 바탕을 둔 '레알' (브라질 화폐명) 안정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 브라질 경제의 숨통을 트기 시작했다.

급속한 경제회복의 주역으로 단숨에 국민적 스타로 떠오른 그는 94년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취임후 카르도수는 '과거 종속이론가로서의 나를 잊어달라" 며 더욱 급진적인 시장경제주의자이자 개방주의자로 거듭 변신했다.

카르도수는 4년간의 집권 1기 동안 긴축 재정정책과 시장경제원칙에 입각한 강도높은 개혁정책을 펼쳐 기승을 떨치던 인플레와 금융위기를 잠재웠다.

또한 공룡과도 같던 10여개 국책기업을 민영화하면서 외국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는 등 단기간에 브라질 경제를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그 결과 93, 94년 2천%에 달하던 인플레가 98년에는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이에 미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브라질 경제를 회생시킨 수완이 놀랍다' 며 그를 '97년의 인물' 로 선정했다. 그는 98년 '경제난 해결사' 라는 대중적인 인기를 업고 재선됐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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