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8월] 장원 한분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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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조선조 여인들의 규방문화를 시조를 통해 꽃피우고 싶습니다."

연시조 '광개토대왕비'로 8월 시조백일장 장원에 오른 한분옥(53.울산시 남구.사진)씨에게 시조는 단순한 문학 장르가 아니었다. 한씨는 문학이야말로 타락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편이고, 시조가 문학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런 믿음의 근거로 조선조의 경우를 들었다. "시 속에 정치나 행정이 가야 할 정도(正道)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사대부들은 물론 무인들도 필수적으로 시가를 공부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자수 공예를 10년 넘게 해오고 있는 이력도 소개했다. 1990년대 초반에 이미 두차례 그룹전을 가졌고 올해 말 예총 회관에서 개인전도 열 계획이다. 자수까지 넣고 보니 한씨가 희망하는 '규방 문화'가 그려졌다.

한씨는 "요즘 손으로는 자수를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시상을 가다듬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무척 우아하게 사시는 것 같다"고 하자 한씨는 "내 모습(외모)도 우아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한씨도 남편 외조, 자녀 뒷바라지에 치여 뒤늦게 시조에 손 댄 경우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깊었고 독학으로 시조를 짓기 시작한 지는 18년쯤 된다. 그동안 60여편을 써놓았지만 올해 들어서야 한편 한편 세상으로 내보내고 있다. 허난설헌.황진이의 작품을 좋아하고 현대 시조로는 이근배.윤금초.유재영.장순하.박영식씨 등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현재 울산대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예술행정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남편은 울산과학대 교수.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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