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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평가제 부활 반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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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걸핏하면 교육정책을 바꾼다. 얼마 전 서울시 교육감이 발표했던 초등학교의 수우미양가 평가제 부활이 그 한 예다. 현재의 서술형 평가제를 도입한 이후 초등학생들의 학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것이 그 이유라 한다.

그러나 학력을 재는 잣대는 무엇일까.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그 잣대는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옛날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정보를 컴퓨터에서 얻는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옛날 사람들의 생활이 답답해 보일 뿐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3단계 평가제가 있었다.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성화하지 않았고 덕분에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많았다. 시골에 살았다면 더욱 즐거운 기억을 가졌으리라 본다. 본격적으로 공부한 건 중학교에 들어와서이지만 학업을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어린이들은 많이 놀아야 한다. 친구들과 자연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그 시절이 지나면 불가능하다. 나의 부모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데 그분들은 노후에 전원생활을 원하신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손자들에게 자연과 그 속에서의 놀이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신다.

지금 초등학생들이 공부에서 해방됐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내 이종사촌 동생은 5학년인데 방과후 여기저기 정신없이 학원 다니느라 쉴 시간이 없다. 만약 수우미양가 평가제가 부활한다면 그 애는 자는 시간마저 빼앗기게 될지도 모른다. 도대체 어린이들이 책에서 뭐 그리 배울 것이 많은지 알 수 없다.

평가제가 바뀌면 공부를 잘하는 아이나 그의 부모들은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아이는 부모의 성화에 더욱 괴롭게 될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어린이들이 성적의 서열화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괴로운 시간은 중.고등학교 6년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장하연 서울여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