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글 자판 연구 30여년 외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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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금의 한글 자판은 왼쪽 손가락에 많은 부담을 줍니다. 인체공학을 고려한 새로운 자판으로 개선돼야 합니다."

최근 산업자원부 산하 국가컴퓨터자판 전문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평택대 조석환(60.경영학)교수는 한글 자판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컴퓨터 자판의 과학적인 배열과 교육은 IT 시대의 기본일 뿐 아니라 장차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고 역설했다.

자음과 받침을 치기 위해 왼손에 무리가 가도록 배열돼 있는 지금의 자판을 계속 사용하면 불편한 동작으로 인해 손가락이 뻣뻣해지는 등의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했다.

조 위원장은 30여년간 자판 연구의 한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고교를 졸업하고 1972년 한 타자학원에서 타자를 가르치던 중 국내 최초로 한글 타자기를 개발한 공병우 박사와 만나게 된 게 그를'자판 인생'의 길로 이끌었다. 타자기가 고작일 뿐 컴퓨터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이지만 그는 한글 자판의 기계화가 평생을 걸고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상업계 고교에서 타자 교사(77~91년)를 하면서 대학(성결대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경영학 석.박사 학위(연세대)를 따냈다. 이후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면서도 컴퓨터 자판 연구를 놓지 않았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컴퓨터 자판전문위원, 대한실업교육진흥회 타자검정 출제위원 등을 지냈고 '타자기술 개발과 교육에 대한 연구' '국회 전산속기시스템 개발에 대한 연구' 등 여러 편의 저서를 냈다. 94년엔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관리협회장에 취임해 '문서실무사'국가공인 자격시험을 개발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요즘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작업에도 몰두하고 있다. 그는 "남북한의 한글 자판 배열이 다르게 돼 있어 통일 후 남과 북이 같이 쓸 수 있는 제3세대 한글 자판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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