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의 골프야 놀자] 33. 장애물 피해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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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베테랑 골퍼와 초보자와의 차이는 상황에 따른 코스 공략 방법에서도 나타납니다. 초보 골퍼는 그린까지 최단거리로만 가려고 하지요. 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그린을 향해 직선만 그리려 해요. 그러면서 점점 경기를 꼬이게 만드는 일이 잦지요.

반면 베테랑들은 코스의 전체 모양을 보면서 안전과 효율을 생각해요. 그래서 때론 돌아가지만 어이없는 플레이는 하지 않아요. 소위 코스 매니지먼트를 하는 거지요.

핀 아닌 그린 중앙 공략

골프는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 위의 홀까지 공을 보내는 경기입니다. 그 도중에 만나는 벙커나 해저드나 러프 같은 것들은 장애물이고요. 따라서 그 장애물들을 피하지 못하면 코스와의 싸움에서 지게 되는 거예요. 특히 장애물은 그린에 가까워질수록 많아지게 마련이지요.

사진A를 볼까요. 그린까지 거리는 약 100야드. 그린 앞쪽에 서너개, 그린 왼쪽에도 두개의 큰 샌드벙커들이 포진해 있군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핀은 벙커 쪽으로 포위당한 듯 꽂혀 있고요. 라운드할 때 종종 부딪는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샷을 하시나요.

벙커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장애물이지요. 특히 핀 바로 앞의 벙커는 더욱 그래요. 짧으면 벙커에 빠지고, 길면 그린을 오버해 아주 나쁜 상황이 되기 쉽지요.

특히 눈앞에 벙커가 어른거리면 자기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미스샷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때문에 이럴 때 직접 핀을 공략하려는 건 거의 만용이나 다름없어요. 요행을 바라서도 곤란하지요. 저는 이런 경우 여간해서는 핀을 직접 겨냥하지 않아요.

벙커의 위협이 더 적은 그린의 오른쪽 부분을 공략하는 거지요. 사진B처럼 말이에요. 여기서는 우선 안전하게 그린에 올려놓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핀을 직접 공략하면 위험한 경우는 또 있어요. 예컨대 핀이 그린의 가장자리에 꽂혀있을 때, 바람이 강하게 불 때 등이지요.

그럴 경우엔 그린의 가운데를 보고 샷을 하는 게 현명합니다. 조금 실수를 하거나 바람의 영향을 받더라도 그린을 많이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요.

티샷을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지난 주에 설명드린 것처럼 페어웨이에 벙커와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다면 공연히 드라이버를 잡아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지요. 우드나 롱아이언으로 안전하게 치세요. 아무리 짧게 치더라도 파4 홀이라면 3온은 충분히 가능하니 웬만하면 보기로 막을 수 있지 않겠어요? 상황이 좋지 않을 때 파를 잡기 위해 굳이 모험을 하지는 말라는 말이에요.

코스를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홀마다 전체 길이와 모양을 미리 익혀두는 게 중요합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코스지도 등을 미리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그래야 어떤 클럽을 선택해서 어느 지점을 거쳐 홀을 공략할 것인가 작전을 세울 수가 있어요. 미리 머릿속에 전략을 구상하고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선다면 그렇지 않은 경쟁자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 거랍니다.

코스 성격 미리 파악해야

그런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클럽으로 자기가 보낼 수 있는 거리를 정확히 파악해 두는 것이 필수지요. 예를 들어 드라이브샷은 250야드, 7번 아이언은 140야드 하는 식으로요.

호쾌한 장타를 날리고 모험적인 온 그린을 시도하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하지만 전략적 마인드로 알뜰하게 공략하고 그 결과를 음미하는 일도 골프의 묘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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