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김제현(65)씨가 네번째 시조집 '백제의 돌'(고요아침)을 최근 펴냈다. 세번째 시조집 이후 10여년 만이다. 30여년간 몸담았던 대학 강단을 떠나는 기념 시집이기도 하다. 김씨는 이달 초 경기대학에서 정년 퇴임했다.
'詩碑(시비) 앞에서'에서는 40년 시력(詩歷)을 정리하는 자리에 선 김씨의 허망함.자부심 같은 것들이 묻어난다.
"한 세상 다 얻은들/무어 그리 대단하랴//저 작은 가슴팍에 박힌/적요의 시 한 구절//그 한 맘 내려놓지 못해/저러고 서 있나.//설레임 다 갈아 앉히고/쓰디 쓴 회오도 다 삼키고//직설도 비유도/유순해진 너의 언어.//아무도 듣는 이 없는/오, 통성기도여."(전문)
'停年期(정년기)'에서는 현직을 물러나는 심경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세상이 나의 부실을/어떻게 알았는지//이마쯤 머물라 한다./쉬엄쉬엄 가라 한다.//가쁘게 살아온 것이/잘못이었나 보다."(전문)
표제작 '백제의 돌'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말한다.
신준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