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아름다워] 도쿄 공연마켓 휩쓴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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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필자는 지금 일본 '도쿄 공연예술 마켓(TPAM 2004)'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 29일부터 오늘(31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의 나이는 아홉 살이다. 비록 연륜은 짧지만 동남아시아 아츠 마켓으로 선구적인 역할을 해온 권위를 자랑한다. 도쿄예술극장 내 전시 공간에 마련된 총 64개 부스 가운데 주최국 일본의 공연예술이 태반을 차지한다. 여느 아츠 마켓이 그렇듯 이곳에서도 '자국 예술 우선주의'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해외 참가국은 한국.중국.캐나다.호주 등 소수였다.

한국은 2005년 '한일 친선의 해(수교 40주년)'를 기념해 이 행사 주최사 가운데 하나인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초청해 LG아트센터 등 몇몇 단체가 처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국제적인 네크워크를 가진 프로모터나 임프레사리오가 한국 공연예술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올해 이곳의 주빈국은 한국도 서구의 공연예술 선진국도 아니었다. 시장을 휩쓴 것은 '중국풍(中國風)'이었다. 주최측이 올해의 주제를 중국으로 잡아 생긴 자연스런 현상이라지만, 주어진 기회를 철저히 챙기는 중국의 치밀한 대응은 놀라웠다.

중국은 중앙과 지방정부, 민간이 합동 부스를 마련해 창구를 단일화하는 한편 활발한 쇼케이스와 세미나 등 측면 지원으로 행사 분위기를 주도했다. 세미나에서는 중국.대만.싱가포르로 이어지는 동남아 '중국어권 예술'의 연대를 공론화했다. 상하이는 이런 중국어권 벨트의 중심지를 자임하며 조만간 국제 아츠 마켓을 개최할 뜻을 비쳤다.

도쿄 아츠 마켓은 이런 중국의 가공할 만한 잠재력을 일깨운 체험장이었다. 마치 컨템포러리 예술로 머지않아 동남아 시장을 석권하려는 '공연예술 공정(工程)'을 보는 듯했다.

정재왈 공연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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