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1만5000여 올림피안 후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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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08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1만5000여 올림피안 후예들.
5대양 6대주를 누빈 성화가
아테네 스타디움을 밝히던 날
당신들은 다짐했지.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모든 규칙을 존중하고
스포츠 정신과 조국의 명예를
지킬 것을 맹세합니다."

2700여년 전 첫 올림픽 때
그리스인들은 창칼을 거두고
신들 앞에서 제전을 벌였다네.
인간끼리의 승패가 아니라
완벽한 몸과 마음을 위해.

뜨거웠던 17일간 당신들은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 뛰었지.

때론 남보다 한발 앞서고 싶어
약물의 힘을 빌리기도 했고
메달과 올리브관이 탐나
판정 다툼도 벌였지.
참가의 의미보다
메달 수에 매달려
일희일비하기도 했지.

이젠 축제는 끝났고
성화도 꺼졌다네.

4년 뒤를 기약하며
사람들은 현실의 창칼을
치켜들러 떠나네.

지구촌 어딘가에선
포연이 일고
굶주림과 고통 속에
죽음도 여전하겠지.

"올림픽을 통해
인류평화를 구현하겠다."
108년 전 쿠베르탱의 믿음은
여전히 유효할까.

그의 순수한 영혼은
올림피아 크로니온 언덕에서
스러지는 성화를 보며
무엇을 생각할까.

*제28회 아테네 올림픽이 30일 막을 내렸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1863~1937)은 스포츠가 인류에 평화와 도덕을 가져다주리라 믿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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