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장악 '시나리오'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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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형근(鄭亨根.한나라당)의원은 25일 대정부 질문에서 "현 정권의 언론장악 보고서가 제시한 이른바 언론개혁의 구체적 방안들은 지금 벌어지는 일들과 놀랄 만큼 일치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보광그룹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와 洪사장에 대한 검찰 구속이, 보고서의 시나리오대로 그대로 진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 전격 사법처리〓鄭의원에 따르면 보고서는 "충격요법으로 8월 이전, 문제가 심각한 언론사주를 전격적으로 사법처리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고 돼 있다.

이어 " '설마 언론사주를 잡아 넣겠느냐' 는 심리의 허(虛)를 찌를 경우…반(反)DJ정서 부추기기를 계속할 수 없을 것" 이라고 돼 있다.

6월 29일 보광그룹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뒤 洪사장에 대한 구속 가능성이 여권 핵심에서 흘러나왔던 것은 8월 초순. 그러나 정치권.청와대.검찰 주변에선 "YS정권 때도 못했던 언론사주를 구속까지 하진 않을 것" 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렇지만 국세청은 지난 9월 17일 洪사장을 탈세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 구속으로 이어졌다.

◇국세청 등 역할론〓보고서는 "유력지를 필두로 탈세.누세.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관계기관 내사를 진행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이어 "관계기관은 국세청.감사원.공정거래위.금융감독위와 함께 청와대.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이 총 망라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앙일보에 대한 '충격요법' 의 출발은 세무조사였다.세무조사의 공개가 93년 포철 건(件) 이후 6년만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재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중앙일보가 언론탄압 의혹을 제기하자 10월초 공정거래위가 나서 불법 무가지(無價紙) 살포혐의로 '부당 내부거래' 조사에 들어갔다. 이 조사는 무혐의로 종결됐다.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박준영(朴晙瑩)청와대 공보수석을 중심으로 한 특별대책팀 구성 의혹이나, 중앙일보가 국제언론인협회(IPI)에 보낸 편지가 국정원에 의해 팩스 도청됐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도 '관계기관 총망라' 의 필요성을 강조한 언론장악 시나리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인적(人的) 청산〓鄭의원이 폭로한 보고서에는 현 정권이 말하는 '반개혁 세력' 을 제작에서 격리하는 인적 청산도 병행하고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는 것. "이들에 대한 확실한 증거.자료를 수집한 뒤 외곽단체에 흘려 이를 근거로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 고 씌어 있다.

실제로 모 신문 주요 간부에 대한 개인비리 의혹이 언론계 외곽단체에 의해 제기됐다.

◇기타〓보고서는 중앙.조선.동아일보를 '빅3' 로 지칭했다.그러면서 "조선.동아는 탈세 외에 오너 일가의 불법.탈법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충격요법의)첫 대상은 조선을 택할 필요가 있으며, 다음으로 중앙 등으로 옮겨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고 제안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정권이 첫번째 대상을 중앙일보를 택했다" 고 鄭의원은 지적했다.

전영기.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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