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장관 살리자" 2與 해임안 통과저지…총동원 봉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 해임건의안을 표결처리한 22일 국회 본회의장은 해임건의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국민회의.자민련의 '총동원 봉쇄' 작전으로 여러 화제를 남겼다.

◇ 여권 총동원〓국민회의는 소속 의원 1백5명 전원이 참석, 朴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쏠렸던 위기감을 반영. 울산 동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차 내려갔던 노무현(盧武鉉).남궁진(南宮鎭).설훈(薛勳).김태랑(金太郞)의원은 '급거 귀경' 지시를 받고 이날 아침 서둘러 상경.

김종필(金鍾泌)총리까지 올들어 처음으로 표결에 참여했고 박준규(朴浚圭)의장도 의장석에서 한 표를 행사. 와병 중인 자민련 김복동(金復東)의원은 현 정권 들어 처음으로 표결에 참석.

국민회의는 표결 직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 '否' 를 '不' 로 써 무효표가 되지 않도록 반드시 한글로 써달라" 고 주문.

자민련에서는 반란표 오해를 우려해 불참을 사전 예고했던 김용환(金龍煥).김칠환(金七煥).이인구(李麟求)의원 등을 제외한 49명이 참석.

◇ 표결 전후〓한나라당 오양순(吳陽順)의원은 제안설명에서 "朴장관은 언론을 직.간접으로 탄압,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아 왔다" 며 "국회 위증 등으로 국민.국회를 모독한 데다 정파적 입장에 치우친 행정업무 부적격자" 라고 밝혔다.

이윤수(李允洙)부총무 등 국민회의 총무단은 무소속 의석을 집중적으로 순회했고 박상천(朴相千)총무는 "기권을 요청했다" 고 추후 공개. 침묵 속에 미소만 머금던 朴장관은 "끝난 뒤에 얘기하자" 며 투표 직전 국회를 떠났다.

4표의 무효표 중 3표는 해임건의안에 찬성한다는 '可' 를 흘려쓰거나 '可' 주변에 낙서한 것으로 "심정적으로는 해임에 동조하지만 가결은 부담" 이라는 뜻으로 국회 사무처측은 해석.

◇ 여야 반응〓국민회의 朴총무는 "여야 모두 자기표가 나왔고, 공동여당간 유대가 확고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고 반색. 총리실에서 TV를 지켜보던 金총리는 "이번에는 결속이 잘됐구먼" 이라고 했고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도 "양당 공조가 명확히 된 것" 이라고 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최선을 다했으며, 부결됐다고 언론탄압이 정당화된 것은 아니다" 고 지적. 이부영(李富榮)총무도 "여권의 이잡듯한 과잉단속으로 부결됐지만 진실은 절대 가려지지 않는 법" 이라고 강조. '

◇ 표 분석〓표결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1백28명이다. 그런데 찬성표는 1백29표.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할 때 여당.무소속 의원 중 한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성립된다.

또 무효표로 판정된 4표 중 3표가 찬성표의 오기(誤記)로 확인된 점을 고려하면 여당.무소속에서 최소한 4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

반면 반대표는 1백53표였다. 표결에 참여한 여당 의원(1백54명)중 최소 한명이 이탈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표결 전날 한나라당에서 제명당한 이수인(李壽仁).이미경(李美卿)의원을 포함, 표결에 참여한 무소속 의원 6명 중 일부가 반대표를 던졌다면 여권 반란표 규모는 더 늘어난다.

그러나 국민회의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적어도 다섯명이 반란표를 던진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주장.

한나라당은 투표에 불참한 여당 의원들의 표도 이탈표로 봐야 한다고 분석. 여권 불참 의원은 여섯명이다. 이부영 총무는 "사실상 찬성표인 무효.기권표를 합쳐 모두 13표의 여권 내 표이탈이 있었다" 고 주장.

최훈.서승욱.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