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시즌 종영 'X파일' 화면뒤 스타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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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18일 뜨거운 인기 속에 여섯 번째 시즌을 끝낸 KBS2의 외화 시리즈 'X파일' .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로는 우선 FBI 요원인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 분)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 분)라는 두 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이규화(44).서혜정(37)씨가 없었다면 이 시리즈는 국내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94년 10월 국내 방영을 시작한 이후 줄곧 같은 역할을 맡아온 이들은 '실제 배우보다 훨씬 멀더와 스컬리에 가까운 목소리의 소유자' 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들이 이토록 실감나는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역할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 " 스컬리는 내 이상형이예요. 논리적이고 이성적일 뿐 아니라 과학 지식도 풍부하죠. 늘 꿈꿔오던 모습이라 열심히 했습니다. " (서)

"자기 감정에 솔직한 멀더는 제 본래 모습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라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은 역할입니다. " (이)

이들은 워낙 오랫동안 애정을 품다 보니 멀더와 스컬리가 분신으로 느껴진단다.

"아내까지도 듀코브니를 보면 제 분위기가 난다고 해요. 'X파일' 이 방송되는 월요일 밤 11시엔 제가 귀가하지 않아도 집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나요. " 분신으로서의 운명 같은 것도 느꼈다고 한다.

서씨는 "실제 저의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그 다음 주에 스컬리의 아버지가 죽는 내용이 담긴 에피소드를 녹음할 때는 펑펑 울면서 연기했다" 고 말한다.

서씨는 이제 성격까지 스컬리와 비슷해졌다고 설명한다.

"후배들이 그러는데 스컬리 역을 맡은 이후 제가 좀 차가워졌다고 해요. 수다도 좀 줄었고…. " ' 이 시리즈 덕분에 이들은 '스타' 의 자리에 올랐다. 처음엔 PC통신 'X파일' 동호회를 중심으로 열성 팬들이 생기더니 마침내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이 프로의 담당인 서원석 PD는 "언제부턴가 이 프로그램을 녹음하는 목요일이면 팬들을 녹음실로 데려오는 게 내 임무가 됐다" 고 웃으며 말한다.

인기의 이면에는 나름의 고충도 있다.

어딜 가서 다른 역할을 해도 멀더와 스컬리의 목소리가 튀어나온다는 점이다.

이씨는 "멀더의 목소리를 요구하는 CF 출연도 있긴 하지만 너무 이미지가 굳어지다 보니 다른 역할로는 섭외가 잘 들어오지 않더라" 며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열성 팬들 덕분에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는 것만은 둘의 공통된 이야기. 미국에서 11월 7일 시작되는 7차 시즌은 국내에서 빠르면 내년 3월, 늦으면 여름 KBS2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한편 케이블 예술.영화TV(37)에서도 매주 금요일 10시 첫번째 시즌을 방영하고 있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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