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통 정국' 답답한 여야] 野 '국정원 악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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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과 국가정보원 사이의 악연(惡緣)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 의혹은 결국 양측의 고소.고발전으로 발전했다.

국정원이 19일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를 공무상 비밀누설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하자 한나라당은 21일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을 무고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양쪽의 주장은 팽팽하다. 국정원은 "불법 도.감청을 결코 하지 않았는데도 李총무가 국정원 조직의 일부를 공개하고, 허위사실을 퍼뜨려 명예를 실추시켰다" 며 단호한 대처를 다짐 중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정원이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李총무를 고소한 것이므로 무고에 해당된다" 며 역시 강력 대응 방침으로 맞서고 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물증 없이 千원장을 고발할 경우 도리어 우리가 무고한 게 된다" 며 "물증은 때가 되면 공개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외견상 자신감에 차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승부는 한나라당이 보유하고 있다는 자료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인 만큼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98년 12월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 문건 50여종을 공개한 바 있다. 안기부가 국회에 분실을 설치해 놓고 야당의원들을 사찰하고 있다는 이른바 국회 529호 사건을 터뜨린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종찬(李鍾贊)당시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맹렬한 공세를 가했다. 국정원은 사찰을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결국 이 방을 폐쇄했다.

양측은 그전에도 수시로 충돌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북풍(北風)' 사건이 터졌다. 안기부 간부와 일부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북한측과 김대중 후보 낙선공작을 협의했다는 이 사건으로 권영해(權寧海)전 안기부장 등 안기부 간부들이 사법처리되거나 옷을 벗었다.

98년 7월에는 국정원이 한나라당의 '호남 편중 인사' 공세에 반박하는 문건을 만들어 국민회의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국정원 정치개입'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국정원이 '총풍' 사건(이회창 후보 당선을 위해 북한측에 판문점 총격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수사하자 한나라당은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국정원의 고문 의혹 폭로로 대응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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