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노년시대] 4. '노익장은 나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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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노익장' 을 자랑하는 어르신들 중 두분을 찾아봤다.

여든 두 살 할아버지가 유도를 한다? 그러나 이건 엄연한 사실. 이병득(李丙得.서울광장동자양2동)할아버지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 여의도 KBS별관 뒤(재)한국유도원 여의도 스포츠센타에 가면 젊은이들 사이에서 '땀을 빼고 있는' 李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일주일에 3~4일은 한두 시간 씩 운동을 한다.

"유도는 힘으로 하는게 아니죠. '상대방의 강한 힘을 나의 약한 힘으로 나보다 더 약화시켜 물리치는 것' 이 유도의 기본입니다. 힘으로 한다면 이 나이에 어떻게 유도를 하겠어요. " 물론 혈기왕성한 젊은이와 겨루지는 못하지만 李 할아버지는 초심자들에게는 끄떡 없다. 15세때 일본에서 유도를 처음 배운 이래 유도를 중심으로 그의 삶의 실타래가 풀려왔다. 일제 시대에 중학교 유도 코치를 했고, 해방 후에도 유도가 인연이 돼 경찰에 투신했다. 68년 경찰을 그만둔 뒤 건축업에 종사하면서도 늘 유도장에 다니며 '유도선생' 의 직함을 떼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신의 경지' 라는 9단 소유자. "운동에 나이 구별은 없어요. 자기 체력에 맞춰 적절하게 하면 되지요. 저는 82세가 가진 기본 힘을 바탕으로 운동을 합니다. " 그는 특히 "늙으면 늙을수록 걷는 힘이 생활의 기초" 라며 '아프다고 약한 마음으로 집에 있지말고 움직일 것' 을 권한다.

李 할아버지는 도장에 올 때도 자전거로 구의역에 와 전철을 타고 여의도역에 내린 후 '여의도역 '자전거보관소에 보관해둔 또 다른 자전거를 타고 도장까지 간다.

"체력이 닿는 한 도장에 나오고 도장에 생애를 바친다" 는 것이 그의 좌우명. 끊임없는 운동.규칙적인 식사.소식(小食).금연 등이 그가 꼽는 건강비결이다.

굽은 어깨, 보청기, 그리고 느릿느릿한 걸음이 나이를 감출 수 없게 하지만 '여든에도 운동을 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주는 모두의 희망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우성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그림 할아버지' 로 통하는 최순국(崔純國.80)할아버지. 그가 살고 있는 2백3동 엘리베이터에는 그림과 함께 '파도를 타고 가을은 찾아 왔네요. 203동 여러분 건강하시고 풍요로운 추수의 계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와 같은 글귀가 항상 붙어있다.

찡한 마음으로 '누가 그렸을까' 궁금해하던 주민은 80세 할아버지가 손수 그려 붙였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놀라게 되고, 할아버지를 만나면 자연스레 인사를 한다.

"66세 되던 해에 처음으로 그림을 배웠어요. 미술학원에 갔더니 '구경하러 오셨느냐' 고 하더군요. 배우러왔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요. "

6개월만에 '소질 있다' 는 선생님의 평가를 받았다. 崔할아버지는 이후 성화(聖畵)그림카드를 만들어 판매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엘리베이터에 좋은 글귀에 그림을 곁들여 붙이기를 계속해오고 있다.

그가 노년에 시작한 일이 또 있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전도 활동을 한 것이 13년째. 요즘도 매주 토요일이면 그가 조직한 '새마음 선교단' 을 이끌고 동대문경찰서를 찾는다.

95년과 98년에는 교도소 죄수들이 보낸 편지와 자신의 답장을 묶어 '옥중에서 온 편지 그리고 나의 회신' 을 내기도 했다.

"작은 봉사가 모여 사회를 밝게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봉사하는 사람들은 병나지 않아요. " 정신적 노익장을 자랑하는 崔 할아버지의 비결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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