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기부행위'해석 제각각 대민서비스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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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세 보증을 섰다가 빚을 떠안게 돼 고민하고 있던 呂모(39.여.서울 송파구 잠실5동)씨. 그는 14일 서울 송파구청을 찾아갔다가 구청 직원으로부터 "선거법 때문에 내년 4월까지 법률상담을 중단했다" 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呂씨는 "곤경에 빠진 시민이 전세 상담을 받는게 선거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앙선관위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최근 각 자치단체에 내려보낸 공문에 대한 해석이 지역 선관위마다 달라 자치단체의 대민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혼란을 빚고 있다.

서울 송파구.동작구.구로구.금천구.종로구 등은 국회의원 선거 1백80일 전인 지난 16일부터 무료 법률.세무상담, 컴퓨터교육 등의 대민 서비스를 중단했다.

구청 관계자들은 "공문을 받은 뒤 구 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무료 법률상담이나 교양강좌 등은 선거 1백80일전부터 금지되는 '기부행위' 에 해당한다' 는 설명을 듣고 중단케 됐다" 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 선관위는 "이번 선거가 지자체가 아닌 국회의원 선거인 만큼 자치단체의 무료 강좌나 음악회.법률상담은 선거일 30일전까지는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 는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한달에 두번씩 시장이 직접 민원인과 만나는 대구시 직소(直訴)민원과 대구시청 민원실에서 매주 열리는 무료 법률상담이 예전처럼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강동.서초.양천.노원구 등도 법률상담은 계속하기로 했다. 서울 양천구 관계자는 "지역 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구청에서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법률상담 등 대민 서비스는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는 답변을 들었다" 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자체와 지역 선관위가 공문 해석에 제각각인 이유는 최근 중앙선관위가 각 시.군.구에 보낸 공문(홍보3140-329) 때문.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국회의원 선거기간을 앞두고 지자체가 법률상담이나 교양강좌를 못하는 것은 선거기간 개시일 30일전부터" 라며 "지자체가 은밀히 선거에 개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리라는 우려에서 자세한 예외규정을 공문에 넣지 못했다" 고 해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그러나 지자체가 특정 총선 출마예상자나 정당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행사를 이용할 경우는 위법" 이라고 덧붙였다.

공문에 따르면 선거 1백80일전인 지난 16일부터 선거일인 내년 4월 13일까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일체의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3자' 도 기부를 할 수 없다. 기부행위에는 법률.세무 등 무료상담, 무료 또는 소액의 강의료를 받고 재산상 가치 있는 지식.정보 등을 제공하는 행위도 포함시켰다.

홍권삼.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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