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추억에, 딸은 스타에…함께 몸 흔드는 ‘세대 공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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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호 04면

록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24곡을 담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Love Me Tender’ ‘Can’t Help Falling in Love’ ‘Burning Love’ 등 시대를 초월한 그의 히트곡들이 2시간30분을 채웠다. 그렇다고 올드팝 팬들의 향수만 파고들지는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유쾌한 스토리와 음악, 춤의 꽉 짜인 조화가 관객들을 제목 ‘All Shook Up(사랑에 빠져 미치도록 기분이 좋은 상태)’의 경지로 이끈다. 한마디로 신나고 재미있다.

뮤지컬 ‘올슉업’, 서울 충무아트홀, 11월 1일까지, 문의 1588-5212

2007년 국내 초연 당시 이미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당시 객석 점유율이 82%에 달했고 제1회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외국뮤지컬상도 받았다. 작품의 주제는 사랑이다. 무려 다섯 쌍의 커플이 탄생한다. 그런데 그 모든 조합이 다 의외다. 기분 좋게 깜짝 놀라는 순간이 연달아 터진다.

주인공 채드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본 딴 캐릭터다. 까만 가죽 점퍼에 파란 스웨이드 구두, 오토바이 굉음과 함께 나타난 그는 자유와 열정의 전도사다. 더욱이 그가 찾아간 마을은 ‘정숙법’이 지배하는 곳. 음악과 춤, 공공장소에서의 애정 행각이 금지된 곳이었으니 채드의 캐릭터와 완벽한 보색 대비를 이룬다.

채드의 등장 이후 마을 사람들은 바뀐다. 사랑을 시작했고 꿈을 알아갔다. 기존 질서의 울타리를 뛰어넘을 용기도 냈다. 솔직히 채드는 도화선이 됐을 뿐이다. 사랑과 정열의 씨앗은 마을 사람들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짝사랑 퍼레이드와 사랑과는 거리가 멀 법했던 중장년의 로맨스도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조연들의 빼어난 연기력·가창력도 작품의 격을 한층 높였다. 특히 무서운 시장 마틸다 역을 맡은 박준면은 어색한 캐릭터를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냈다. 마틸다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어김없이 웃음이 따라나왔다. 그 역시 사랑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 관객들은 계산도, 예측도 불가능한 사랑의 본질을 깨닫는다.

관객층은 다양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좇아온 중년 관객들과, 채드 역에 더블 캐스팅된 가수 god 출신 손호영의 소녀 팬이 함께 객석을 채웠다. 이들이 함께 웃고 함께 놀라고 함께 환호성을 지른다. 특히 3막처럼 이어진 커튼 콜 순서에선 모두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흔치 않은 ‘세대 공감’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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