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처리 인터넷 공개 정부 ·지자체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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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계순(31.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지난주 서울 강남구청에 주택신축 허가신청을 했다. 그는 컴퓨터로 서울시 인터넷홈페이지(http://www.metro.seoul.kr)에 접속, '민원처리 온라인공개방' 에 들어가 자신의 민원처리 내용을 알아봤다.

李씨는 "큰 기대 없이 접속해 보았는데 민원의 처리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안심이 됐고 담당자에게 자주 전화나 접촉할 필요도 없어 편리했다" 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중순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OPEN)' 을 통해 시내 S구청 공무원이 단란주점 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적발, 중징계 처리했었다.

감사과 직원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이 공무원의 민원처리 내용을 검색하면서 단서를 발견,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비위사실을 적발해 낸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4월 개발한 'OPEN' 이 민원인의 편의를 높여주고 공직자 부조리를 근절하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중앙 부처와 전국 모든 자치단체에도 이 시스템이 의무적으로 구축될 전망이다.

19일 기획예산처와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는 서울시의 민원공개시스템이 국제투명성위원회(TI)로부터 부패척결 우수사례로 공인받음에 따라 공직부패를 줄이고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적인 차원에서 도입키로 했다" 고 밝혔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오는 2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이 시스템을 시연한 뒤 대통령이 중앙 부처와 전국 광역.기초 자치단체에 내년부터 이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지시할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 민원처리 온라인공개시스템〓서울시의 행정공개 제도다. 건축.주택.위생.소방.건설공사 등 5대 민생부조리 취약분야와 교통.도시계획.산업경제 등 모두 10개분야 27개 업무의 처리과정을 접수에서 마무리 단계까지 공개하고 있다.

민원 접수일부터 중간 처리과정은 물론 관련법 규정과 최종 처리결과까지 일목요연하게 공개된다. 19일 현재 조회건수는 21만4천건. 민원인들은 자신이 신청한 민원을 누가.언제.어떻게 결재하고 처리하는지를 단 한번의 '클릭' 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올초 서울시 국장급 공무원들이 비리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면서 창안, 도입됐다.

◇ 확대 대상기관 및 업무〓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시행중인 서울시를 제외한 15개 광역시.도와 2백7개 기초자치단체, 그리고 19개 중앙정부 투자기관이 1차 도입 대상" 이라고 말했다.

일반 국민들이 행정의 투명한 공개를 피부로 느끼도록 하려면 중앙부처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기초단체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민원업무는 모두 공개대상에 포함되며 기밀이 아니면 주요 정책도 공개할 방침이다.

◇ 반응〓행정개혁시민연합 신대균(申大均)사무총장은 "민원인의 편의와 공직 부조리 척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는 환영한다" 면서 "제도가 능사는 아니므로 정책결정 전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고 말했다.

경상대 행정학과 남궁근(南宮槿)교수는 "중앙부처와 지자체로의 확대시행은 바람직하다" 며 "기초자치단체는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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