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결산] 중국·일본 돌풍에 미국·러시아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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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양대산맥'인 미국과 러시아가 주춤하고 중국과 일본이 껑충 뛰었다. 호주는 제 몫을 챙겼다.

1984년 LA대회에서 4위에 올라 잠재력을 과시한 중국은 사격.역도.다이빙 등 강세 종목은 물론 카누.테니스 등 전통적인 '백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빼내더니 육상에서도 금메달 2개를 챙겼다.

일본은 유도에서 8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랐다. 수영 경영에서 거둔 3개의 금메달은 값진 성과였다. 88년 서울대회 이후 중국과 한국에 추월당했던 일본의 재기는 90년대 들어 사회체육과 엘리트 스포츠를 병행하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접목해 거둔 성과다.

2000년 시드니대회에서 미국.러시아.중국에 이어 4위를 한 호주는 이번에도 수영 경영(7개)과 사이클(6개) 등에서 선전하며 금메달 17개를 따냈다.

52년 헬싱키대회 이후 메달 종합순위 1, 2위를 번갈아 차지하며 세계 스포츠 판도를 양분해온 미국과 러시아는 이들 나라의 거센 도전에 휘청거렸다. 특히 96년, 2000년에 이어 종합순위 1위를 3연패한 미국은 금메달 30개를 힘겹게 넘겼다. 수영 12개 종목을 석권했지만 메달밭이던 육상의 금메달은 8개에 그쳤다. 폴 햄이 우승한 체조에서의 판정시비로 '품위 없는 스포츠 강국'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통산 다섯 차례(72, 76, 80, 88, 92년) 종합 1위에 올랐던 러시아는 수영 경영과 체조에서 금메달을 1개도 건지지 못했으나 막판에 육상에서 선전해 몰락을 면했다. 시드니대회보다 한 단계 아래인 종합 3위.

금메달 13개를 기대한 한국의 목표는 결과적으로 무리였다. 성적과 관계없이 희망과 우려가 교차한 대회였다. 양궁은 여자 개인과 단체, 남자 단체전에서 지난 시드니대회에 이어 2연속 금메달 3개를 따냈다. 탁구 남자 단식에서 유승민이 획득한 금메달은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린 값진 쾌거였다. 배드민턴 김동문-하태권조의 남자복식 우승은 혼합복식 탈락의 충격을 달래 주기에 충분했다. 유도의 이원희, 레슬링의 정지현은 '희망의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양궁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지도자들의 활약으로 정상을 지키기가 갈수록 힘들 것임을 예상케 했다.

아테네=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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