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지도자 구스마오·오르타 인터뷰] "동티모르 아지고 킬링필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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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동티모르 독립운동의 양대 지도자인 사사나 구스마오(53)와 호세 라모스 오르타(49)가 18일 정오(현지시간) 호주 다윈에서 공동 인터뷰를 갖고 한국군의 다국적군 참여와 지원에 감사를 표시했다.

테러위협을 피해 독립투표 이후 호주로 피신한 이들은 유엔동티모르파견단(UNAMET)을 비롯한 세계은행 등 국제단체들과 독립협상을 진행 중이다.

9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오르타는 오는 25일 한국을 방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동티모르 현지상황은.

구스마오〓다국적군이 지난 20일 상륙한 이후 치안 확보에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아직도 반독립 민병대의 잔학행위가 계속되고 많은 주민들이 산속에 숨어들어 공포에 떨고 있다. 서티모르로 쫓겨간 난민들도 문제다. 우리는 국제사회가 더 많은 수의 병력과 물자를 즉각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호소한다.

- 두사람이 동티모르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구스마오〓인도네시아 비자가 없는 상태라 우리 둘은 현재 합법적으로 동티모르에 들어갈 수 없다.

- 동티모르의 독립투표도 유엔승인을 받았고 다국적군이 현지를 장악하고 있는데.

오르타〓사실이다.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마찰은 되도록 피하고 싶다. 또 신변위협도 받고 있다. 현재 동티모르에 들어가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 유엔이 동티모르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는가.

구스마오〓가능한한 빨리 실태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아직도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군에 협력했던 일부 동티모르 인사들을 납치.살해하는 등 증거를 없애려 하고 있다.

- 반독립 민병대의 잔학행위는 어느 정도인가.

오르타〓신부와 수녀.어린이를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학살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당장 중지돼야 한다. 우리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저들을 용서하기로 했다. 또한 동티모르 주민에게도 '절대로 보복을 하지 말 것' 을 설득하고 있다.

- 앞으로 활동계획은.

오르타〓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달 25일 미국을 방문해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또 19일부터 한달간 유럽과 한국을 방문해 경제재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 앞으로 독립일정은.

구스마오〓완전한 독립국가까지는 적어도 2~3년이 필요하다. 17일 다윈에서 '임시과도의회' 를 구성했다. 5~7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임시의회는 경제.행정.보건을 비롯한 각 분야의 재건계획안 마련에 착수했다.

- 파괴된 동티모르의 경제재건 방안은.

오르타〓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솔직히 우리는 정확한 대안이 없다. 완전 독립 때까지 유엔의 평화유지활동(PKO)의 비용분담 문제는 시급히 해결돼야 할 사안이다. 또 2~3개월 안에 세계은행 주도로 동티모르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다윈〓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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