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신문 1981~85] 핫뉴스- 부산 美문화원 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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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82년 3월 18일 부산]이날 오후2시 부산시 대청동2가 미국문화원에 20대 남녀 대학생 1명이 1층 출입구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러 1층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던 대학생 장덕술(동아대 경영학과)씨가 숨지고 김미숙(동아대 회화과)씨 등 3명이 중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은 카펫과 목조구조물을 타고 번져 건물1층 전체와 2층 일부 등 3백50여평을 태우고 1시간만에 꺼졌다. 경찰은 불이 나기 직전 부산 시내 세 곳에 88올림픽개최 반대.미국의 신식민주의 정책 규탄 등 반정부.반미 내용을 담은 유인물 7백여 장이 뿌려진 점을 들어 반정부세력에 의한 계획적인 방화로 발표했다.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은 '반독재' 구호 일색이었던 70년대와는 달리 80년대 들어 미국의 묵인하에 유혈진압당한 광주항쟁의 경험을 통해 사회운동세력 내에 '반미(反美)' 의식이 자리잡고 있음을 안팎에 보여준 충격적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문부식.김은숙.이미옥씨 등 고신대생 3명이 검거된 데 이어 김현장씨가 배후조종혐의로, 이들을 숨겨준 원주교구 최기식 신부가 범인 은닉혐의로 구속되면서 종교계까지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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