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회담 열린다면 의제는 당연히 북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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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 고위 당국자는 15일 “장관급 이상의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북한 핵이 의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고위급 회담이 언제 있게 될지 지금 말할 계제는 아니지만 (북핵 문제가) 남북한 간에도 다뤄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며 “16일의 적십자 회담 등 결과를 보고 그 후에 우리의 액션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고위 당국자가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하고 의제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동시에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이날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초청 오찬 강연에서 “남북 관계가 발전하려면 우리는 남북 대화를 통해 북한 핵 문제의 진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나는 이 메시지를 8월 북한의 조의사절단이 서울에 왔을 때 분명히 전달했다” 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16일 개성에서 열릴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원만히 끝날 경우, 향후 남북 관계 진전과정에서 고위급 회담 개최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선 “과거처럼 30만t, 40만t의 쌀을 주거나 비료를 (주는 걸) 생각한 적은 없다”며 “다만 인도적인 지원은 필요한 경우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고위급 회담이)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건 없다”(천해성 통일부 대변인)는 정부의 공식 입장엔 변화가 없다. 북한과의 물밑 교감설도 부인한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북핵 논의와 당국 대화 채널 재가동을 위한 고위급 회담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도 “(임진강 회담과 적십자 접촉을) 차근차근 밟아 가다 보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북한도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대남 선(先) 제의’ 설을 흘리는 등 분위기를 잡고 있는 형국이다. 대북정책을 자문해온 한 북한 전문가는 “내년 11월 G20 회의의 한국 유치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는 3차 남북 정상회담 서울 개최와 같은 빅 이벤트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며 “향후 남북 대화 복원에 고위급 회담은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한 외교관들을 초청해 다과회를 함께한 자리에서 “북한도 이제는 핵을 포기할 때가 됐고 (지금이)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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