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도율아 하늘 땅, 우주 만큼 널 사랑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결혼 1주년을 맞는 아침 혹시 실망하지나 않을까 조금의 두려움과 조금의 설렘으로 해본 임신테스트.

흐릿하지만 정확한 두 줄로 너의 존재를 확인했을 때 엄마 아빤 벅찬 행복에 눈물을 글썽였단다. 그렇게 축복의 선물로 다가온 우리 도율이와 함께한 1년은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어~

도율이가 세상에 태어난 날 엄만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도 겪어야 했지만 그보다 더 큰 감동과 행복도 느꼈단다. 한 가닥 탯줄에 의지한 채 엄마 배위에 얹혀져 웅크리고 있던 작고 연약했던 우리 아기 도율이.

뭐가 그리 급했을까? 엄마 아빠가 너를 너무 보고파 그리 서둘러 왔는지 3주나 일찍 세상에 나와 엄마와 아빠를 당황시켰지만 그래도 다부지게 태어나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준 우리 도율이가 엄만 대견하고 또 대견하단다.

너와 함께한 1년간의 생활들이 모두 처음의 연속이었어. 그만큼 서툴고 실수도 많고 그래서 율이에게 미안할 때가 참 많았는데…. 처음이라 더 조심스러웠고 처음이라 더욱 소중했던 순간들이 돌이켜보면 너무 멋모르고 후다닥 지나간 것 같아 아쉽고 그립구나.

사랑하는(소중한) 사람이 늘어갈수록 무서운 게 많아 진다더니 네가 태어난 후 엄만 점점 더 겁쟁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율이가 자라며 대견한 행동을 하나씩 할 때마다 걱정도 한가지씩 늘더구나~

백일 전 알 수 없는 영아산통으로 밤마다 울며 보챌 때는 혹시 다른 아픈 곳이 있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했고,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땐 방바닥에 위험한 물건은 없는지 살피는 게 일이었고, 앉기 시작하니 뒤로 넘어질까 걱정이고, 기어오르기 시작하니 떨어질까 전전긍긍.

이제 막 혼자서도 몇 걸음 내딛는 너를 보며 흐뭇함과 함께 ‘이제 눈을 떼면 절대 안되겠구나~’ 맘속으로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 네가 다칠까 봐 혹시 아플까 봐 엄만 너무도 무섭고 걱정이 되지만 이런 겁쟁이 엄마한테 그런 걱정 말라는 듯 살인미소를 날려주는 우리아들을 보며 괜한 노파심이었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돼.

하루 종일 먹고 응가하고 잠만 자던 녀석이 어느새 이렇게 자랐는지 뻥튀기 하나 쥐어주면 소파에 앉아 뽀로로를 보고 있는 모습에 이제 다 컸나? 생각하게 돼~

눈썰미도 제법 늘어서 ‘짝짝꿍~’ ‘잼잼~’하며 빠이빠이에 고맙습니다 인사까지 몇 번 가르치면 그대로 따라 하는 너의 재롱에 하루하루가 정말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1년이 되었구나.

사랑하는 우리 아들 이도율!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고, 많이 부족한 엄마아빠지만 사랑만큼은 어떤 부모에게도 뒤지지 않게 듬뿍 줄게.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밝고 건강하게 또 아빠처럼 멋진 남자로 자라주렴~

우리 도율이가 자라면서 원하는 꿈을 모두 펼칠 수 있도록 엄마 아빠도 언제나 너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게.

생일 축하해 아들, 그리고 사랑한다. 얼만큼?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보다 더 많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