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음식점 육류 원산지 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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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의 식생활 안전을 위해 정육점뿐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육류에 원산지 표시를 해야한다는 정부측 입장과 이는 현실성이 없을 뿐더러 규제를 위한 규제에 불과하다는 업소 종사자들의 반론이 맞서고 있다.

***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돼야

WTO체제 출범 이후 농축산물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수입축산물 중 각종 위해물질에 대한 검역.검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수입육의 국내산 둔갑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식육판매 업소에 대한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고 위반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현재 소비되고 있는 쇠고기 전체 소비량의 약 20% 이상, 수입쇠고기로는 약 60%가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원료식육에 대해서는 원산지표시 단속을 위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어 소비자 보호와 공정한 육류 유통구조 정착에 심각한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비자는 음식점에서 판매한 쇠고기가 한우고기인지, 수입육인지 알고 싶어도 전혀 알 수가 없다.

음식점의 육류원산지 표시제의 취지는 현재 부위별로 가격을 표시한 음식점의 메뉴판에 원료식육이 한우고기인지 수입육인지도 같이 표시하자는 것이다.

즉 소비자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면서 고객의 호주머니 사정과 입맛에 따라 다양한 음식 선택을 가능케 하자는 것이다. 또 메뉴판에 육류의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은 규제가 아니다.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음식점 원산지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 제도 도입만으로도 그 효과가 클 것이다.

경찰이 모든 범죄행위를 1백% 적발하고 단속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범죄예방 효과가 있지 않은가.

한우고기와 수입육의 구별은 음식점이 쇠고기 구매시 교부해야 하는 영수증 등으로도 추적이 가능하다.

게다가 축산기술연구소가 개발 중인 유전자 감식법이 실용화될 경우 과학적인 단속으로 실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2001년 1월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대비해 한우고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한우 소비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수입육의 국산둔갑 판매단속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실효를 거두려면 음식점 원산지표시 제도도입은 필수적인 요소다.

이재성 <농림부 축산물유통과 서기관>

*** 실효성 의심스러운 규제 신설일뿐

음식점 식재료인 육류에 원산지를 표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 실효성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행정규제 대상이 될 수도 없는 사안이다.

원산지 표시의 문제점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우선 선진국인 미국.일본에서도 식당 음식물 재료의 원산지 표시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3배 이상(한국은 1년에 13만t.일본은 50만t 이상) 육류를 수입하고 있으나 판매소에서만 육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을 뿐이다.

또 전국에 50만개 이상이나 되는 음식업소를 대상으로 식재료인 육류를, 그것도 아직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도 않은 유전자 감식법을 적용해 전국의 식당마다 다니며 단속한다는 농림부의 발상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본다.

게다가 음식점의 육류원산지 표시제 실시는 그렇지 않아도 음식업소 출입관청(구청 위생과.파출소.소방서.세무서 등)이 많아 각종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 실태를 개선하기는커녕 농림부 농산물 관리원까지 출입하게 해 음식점에 검사기관을 하나 더 늘리는 비현실적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음식점에서는 수입육.한우를 고기 부위별로 구분할 수도 없는 데다 정육점에서 구분되는 대로 구입하고 있는 것이 관행이며, 수입육을 한우라고 속여 파는 업소가 있다면 현행 실정법인 형법상의 사기죄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음식점의 육류 원산지 표시제 규제신설은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식품위생법에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옥상옥과 같은 규제편의주의에 입각한 그릇된 행정의 표본이라 생각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사회 건설을 위해 각종 행정규제의 개혁 및 폐지가 이 시대의 국정수행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이 문제를 규제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정부.소비자.업계의 자율적 협력으로 살기 좋은 사회 건설에 앞장설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임채수(한국음식업중앙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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