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社 절반 이상 대우채권손실 자기자본 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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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투자신탁(운용)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우채권 손실이 자기자본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대우채권 손실이 큰 투신운용사의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는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분담하는 게 불가피해져 이를 둘러싼 투신운용사와 증권사간 마찰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대우채권 손실을 정리할 경우 투신운용사들은 무더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어 투신운용사 대주주들의 증자부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회사별로 손실 편차 크다〓기관투자가는 대우채권 손실을 전액 자체 부담하기 때문에 개인.일반법인만 따지면 된다. 현재 투신 수익증권 1백75조원 가운데 은행 보유분이 약 36조원이기 때문에 개인.법인의 보유비율은 5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법인은 환매시점에 따라 대우채권의 50%, 80%, 95%만 환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실부담률이 정해져 있다.

대우채권 환매비율이 50%일 때 돈을 찾은 사람이 많지 않다고 가정하고 80%, 95%일 때 환매할 사람이 각각 절반 정도씩 된다고 하면 개인.법인의 손실부담률은 평균 15% 정도가 된다.

따라서 대우채권의 손실률을 30%, 40%로 나눠보면 투신운용사와 증권사는 각각 15%, 25%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개인.법인이 떠안는다.

이럴 경우 투신운용사와 증권사의 손실부담률을 15%라고 가정하더라도 손실규모가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곳이 총 24개 투신(운용)사 가운데 15개사나 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서울.조흥.주은.한빛투신운용은 손실규모가 1천억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이를 운용사와 증권사가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손실분담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 손실이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회사〓운용사와 판매사간 손실분담 비율은 판매수수료 배분비율인 2대8이나 3대7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운용사는 손실의 20~3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증권사가 떠안아야 해 증권사 부담이 너무 커진다.

따라서 증권사측으로선 투신운용의 대주주가 손실의 일부라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경우에 드는 투신운용사는 자본잠식이 불가피한데 퇴출되는 회사는 없도록 하겠다고 정부가 밝힌 만큼 대주주가 추가 증자를 하든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게 불가피하다.

◇ 한국.대한투신〓두 회사는 운용과 판매기능을 겸하고 있어 손실을 전액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도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자기자본으로 해결한다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금감위는 올해 분기별로 3천억~4천억원씩 이익이 나기 때문에 이 돈으로 우선 해결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주주(은행.증권사)와 정부가 나눠 부담한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두 회사는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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