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파격할부' 제동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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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부는 대우자동차의 파격적인 할부판매 등 일부 대우 계열사의 밀어내기식 외상판매에 제동을 걸 방침이다.

과도한 외상판매는 부실을 심화시켜 향후 경영정상화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7일 "대우자동차 등 일부 계열사가 현금유입이 거의 없는 할부판매에 나서 부실을 키우고 있다" 며 "산업은행 등 주채권은행들과 협의해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판촉활동에 제동을 걸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워크아웃 계획이 완성될 때까지 채권단이 대우그룹의 일상 경영활동을 직접 통제할 수 없지만 자금 흐름에는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사정에 악영향을 주는 판매활동에 제동을 거는 일이 가능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대우그룹의 무리한 판매활동은 김우중(金宇中)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이 계속 경영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고 덧붙였다.

대우자동차는 레간자.누비라.라노스 등 3개 차종에 대해 계약금 없이 인도금을 무이자로 매월 10만원씩 내년말까지 균등 납부하고 잔여 할부금은 2001년부터 24개월 또는 36개월 할부(연리 9.9%)로 내도록 하는 '2001 미래로 할부' 판매를 지난 8월 26일부터 실시중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판매조건은 사실상 찻값을 40%나 깎아주는 것으로 원가에도 못미치는 출혈판매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종민 국민대 교수(경제학)는 "대우그룹 부실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대우자동차가 무리한 할부판매로 부실을 키우면 결국 그 부담은 전 국민에게 돌아간다" 며 "정부는 이같은 도덕적 해이를 즉각 중단시켜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우자동차는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부 경쟁사의 판매위축에 따른 불만을 검증없이 받아들이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우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함으로써 대우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30%에 불과해 시장지키기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3개 차종에 한해 할부를 시작했다" 며 "경쟁업체들의 주장처럼 출혈을 감수한 밀어내기식 판매가 아니라 공장가동률과 생산성 등을 감안한 마케팅의 일환" 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수요자 금융(대우할부금융)으로부터 판매된 찻값은 일단 대우차로 들어오기 때문에 금리부분만 회사가 부담하면 된다" 고 설명했다.

대우차 마케팅 관계자는 "3년 후에 찻값의 50%를 돌려주는 '바이백' 프로그램도 대우차를 사는 고객으로 한정하고 있어 실제 숫자는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바이백을 할 경우 나머지 할부금을 전액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 며 "자동차업체의 무이자 할부판매는 시장상황에 따라 과거에도 얼마든지 있었던 것으로 갑자기 문제삼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9월 대우차의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2만3천5백88대로 전달(1만6천3백67대)에 비해 44.1% 늘어났다.

특히 할부대상 차종들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판매증가율을 보였다.

김광기.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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