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손 전 잉글랜드 감독 북한 축구대표 사령탑 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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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복귀한 북한 축구 대표팀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에서는 스벤-예란 에릭손(61·사진) 전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감독이 북한 대표팀을 맡을 거라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14일(한국시간) “에릭손 감독이 2010 남아공월드컵 때 한시적으로 북한 대표팀을 이끌기 위해 협상에 나선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에릭손 감독이 이번 주말 중국으로 건너가 북한 관계자를 만난다. 주런던 북한대사관은 2~3주 안에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에릭손 감독의 북한행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영국 일간지 타임스는 이날 “에릭손이 북한의 기술고문직 제안을 거절했다. 13일 프랑스에서 열린 북한과 콩고의 평가전을 관람한 뒤 북한행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후속 보도했다.

에릭손의 북한행이 없던 일이 되더라도 추후 다른 감독이 물망에 오를 여지는 남아 있다. 국제경기 경험이 부족한 북한과 월드컵에서 옛 명성을 회복하려는 일부 감독들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축구 전문 인터넷 미디어 ‘골닷컴’은 “에릭손 감독의 북한 부임설은 놀랍지도 않다. 최근 몇 주 사이 여러 감독들이 북한축구협회와 접촉했다. 에릭손 감독은 그중 가장 유명한 사람일 뿐”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카드다. 김정훈 북한 대표팀 감독은 북한을 끈끈한 수비의 팀으로 조련해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운 북한의 ‘천리마 축구’는 전술 운용 면에서 국제 축구의 흐름에 뒤처져 있다. 전술의 다양성과 국제경험 보완은 여전히 북한의 숙제였다.

북한에 외국인 감독이 부임하면 8개월 남은 월드컵 준비 작업에도 탄력이 붙게 된다. 북한은 5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프랑스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프로리그 2부 소속인 낭트,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아프리카의 콩고와 평가전을 치렀다. 월드컵 진출국이라는 프리미엄에 비해 상대가 시원찮다. 국제 축구계에 대한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가 부실한 탓이다.

화제의 주인공이 된 에릭손 감독은 잉글랜드 리그1(3부리그) 노츠카운티 단장으로 2006년까지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었다. 2007년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를 맡았으나 한 시즌 만에 퇴임한 그는 지난해 멕시코 대표팀에서 재기를 노리다 지난 3월 성적 부진으로 중도 퇴임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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