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풀어준 대학설립준칙 곳곳 부실 후유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97년 전남 나주에서 문을 연 광주예술대는 1년만인 지난해 우리 교육사상 처음으로 교육부로부터 폐교예정 조치를 받았다.

현재까지 정식 폐교조치는 내려지지 않았지만 학생과 교수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재단직원 몇명만이 남아 있어 사실상 폐교 상태다.

이 대학은 교육부가 과거처럼 대학설립 심사를 엄격히 했더라면 도저히 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

물론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설립자 李홍하(61)씨가 재산출연증명서(44억여원).건축물 임시사용 승인서(전남 나주군)등을 위조해 대학설립인가를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설립되지 않았어야 할 대학이 생긴 바람에 애꿎은 학생과 교수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이같은 부실대학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은 교육부가 97년부터 대학설립허가를 둘러싼 각종 부조리와 민원을 없애기 위해 설립기준 등을 완화한 대학설립준칙제도를 시행하면서 사전심사와 사후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설립준칙 시행 이후 무려 23개 대학과 11개 전문대가 각각 문을 열었다. 이 가운데 전라남도는 지난해 공립 담양전문대를 설립했으나 1년만인 올해 국립 순천대에 통합하겠다고 나서는 등 마구잡이 설립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설립이 늘어나면서 대학.전문대 모집정원이 부쩍 증가해 올해 16개 시.도 가운데 광주.경북 등 8곳에서는 이미 대학.전문대 모집정원이 해당 지역 고교 졸업생 수를 초과한 실정이다.

신설대학은 자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연간 학교수입의 5%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려야 하나 97~98년 개교대학 21곳중 4곳은 아예 수익용 기본재산이 없는데다 실제 수익을 올린 곳은 2곳 밖에 없었다.

지난 4월 1일 현재 광주예술대를 제외한 22개 대학중 ▶교원확보율(50%)에서는 1곳▶강의실 및 지원시설 확보율(1백%)에서는 5곳이 기준미달이다. 신설 전문대중 3곳도 올해 교수확보율이 설립기준 50%에 못미친다.

지난해 모집정원 3백20명으로 개교한 옥천전문대는 올해 1백60명이 증원돼 교원확보율이 47.5%로 떨어졌음에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62% 많은 23억여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등 교육부의 관리가 주먹구구식이다.

오대영.이무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