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단거리 미사일 5발 쏜 북한 하루 만에 “남측 회담 제의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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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본인 관광객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전망대에 전시돼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 옆을 지나가고 있다. 북한은 전날 동해안으로 단거리 미사일 5발을 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임진강 수해 방지를 위한 실무회담과 적십자 실무 접촉을 열자는 우리 측 제안을 하루 만에 수용했다. 이에 따라 14일 개성 남북경협 협의사무소에서 임진강 수해 방지를 위한 남북 간 회담이 열린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13일 “북한이 우리 정부가 전날 제의한 14일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 개최 건과 16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현안을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 건에 동의해왔다”고 밝혔다. 북측은 이날 오전 국토환경보호상(장관) 명의의 대남 통지문과 조선적십자회중앙위원장 명의의 대남 전통문을 발송했다.

다만 대한적십자사는 실무 접촉을 금강산에서 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이 개성 쪽으로 수정 제의해 두 회담 모두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열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우선 북한의 적극적이고 고분고분해진 태도가 눈에 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엔 남측 제의에 수정제안을 하거나 거부·지연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정부가 다소 촉박한 일정을 제시했는데도 시기·장소를 그대로 받은 것은 의미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북남 관계 개선 의향’을 이행하기 위해 적극 대화에 나선 것으로 진단한다.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면담 때 의견을 같이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불발되자 북측 실무자들이 곤혹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임진강 사태 사과 등 북한으로선 껄끄러울 회담임에도 대화에 응한 것도 이 때문이란 얘기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김 위원장에게 남북 대화를 권유한 것도 북한이 적극적 대남 행보를 보이는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우리가 회담을 제안한 12일 단거리 미사일 5발을 동해안에 발사한 것과 관련, 천 대변인은 “회담 개최에 별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4일 열릴 임진강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발생한 임진강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방류 경위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또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통보를 의무화하는 방안과 임진강 공동 이용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16일 열릴 적십자 실무 접촉에선 이산가족 상봉 외에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도 의제로 제시할 계획이다. 북한이 두 회담에서 전반적으로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일 경우 식량·비료 지원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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