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어울려 '통일 농구'…분단후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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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통일농구' . 대북사업의 일환으로 치러지는 '현대그룹의 잔치' 라는 차가운 지적에도 불구하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농구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감격스러웠다.

28일 오후 4시 평양체육관에서 남북여자선수들이 '혼합팀' 을 이뤄 코트를 누비는 장면들을 TV 생중계 화면 속의 뿌연 영상으로 바라보며 국민들은 분단의 뼈저림을 또한번 되새겼다.

집안잔치이긴 하지만 남북이 한 팀을 이뤄 경기에 나서는 것은 91년 4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6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이어 세번째. 평양에서 한국선수가 경기를 갖는 것은 90년 10월 통일축구대회에 이어 두번째다.

북한은 아태평화위원회 소속 남자팀인 벼락과 여자팀 회오리, 현대는 남자 프로인 현대 걸리버스와 여자 프로 현대산업개발 레드폭스를 출전시켰다.

이날 경기엔 현대선수 3명에 북한선수 2명으로 구성된 '단합' 과 북한선수 3명에 현대선수 2명이 속한 '단결' 이 겨뤘다.

체제는 달랐지만 농구는 같았다. 처음에는 손발이 맞지 않는 듯 했지만 패스가 자주 오가면서 그림같은 장면도 몇차례 연출됐다.

현대에서 준비한 헐렁한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은 양팀은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즐겼다.

현대 선수들은 패스와 수비 등 궂은 일에 매달렸다. 특히 전주원은 낯선 평양체육관 코트에서도 멋진 패스워크를 선보이며 북한 선수들에게 많은 슛찬스를 만들어 주었다.

북한 선수들은 의외로 기본기가 충실하고 몸놀림이 빠른데다 속공과 장거리슛에 능했다.

역사적인 첫골은 단결의 전주원이 골밑 레이업슛으로 기록했다. 승부를 초월해 이뤄진 경기여서 경기 시작후 2분37초만에야 첫 파울이 기록됐고 심판은 2명 모두 여성이었다.

관중들은 단조로운 박수만 보냈지만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단결이 11백33 - 1백27로 이겼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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