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사기 당했던 中동포 정부서 산업연수생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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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집 판 돈까지 날려버리고 한국에 대해 원망했는데 이제 조국의 품이 따뜻함을 느낍니다. "

중국 지린 (吉林) 성 룽징 (龍井) 시에 살던 중국동포 채영만 (蔡永万.39).최미화 (崔美花.38) 씨 부부가 한국 취업을 미끼로 접근한 동포에게 5만위안을 사기당한 것은 95년 8월. 룽징시에서 90평짜리 집을 살 수 있는 큰 돈이었다.

집도 팔고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돈이었지만 이들은 한국 땅도 밟아보지 못한 채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로부터 4년 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와 중국 옌지 (延吉) 의 '한국초청사기피해자협회' 노력으로 취업사기를 당한 중국동포 가운데 1천명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보내 취업기회를 주자는 한.중간 합의가 이뤄졌다.

蔡씨는 1차 입국 대상자 (29명)에 포함돼 지난 7월 21일 한국에 와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국KDK에서 전기플러그 사출 일을 맡게 됐다.

하지만 아내는 심장병으로 중국에 남아있는데다 자신도 언제 어디서 또 사기를 당할지 모른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불안감을 지우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蔡씨가 이같은 생각이 기우 (杞憂) 였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전화해주라" 는 한 간부의 말에서부터 놀랐다.

蔡씨는 "지난달 25일 첫 월급으로 70만원을 받고 너무 기뻤다. 빚을 갚으려면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빡빡하지만 소중한 기회인 만큼 열심히 일하겠다" 고 좋아했다.

한국초청사기피해자협회에 따르면 취업사기를 당한 중국동포는 97년말 현재 7만여명. 이들 중 蔡씨처럼 한국에 입국한 사람은 1백73명이며 11월이면 1천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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