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영 대법원장 지명자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21세기 사법부를 이끌어 갈 대법원장에 지명된 최종영 (崔鍾泳) 전 대법관은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소신이 돋보이는 원칙주의자' 로 평가받는다.

강원도 출신으론 처음 대법원장 지명을 받은 그에 대해 법조계에선 "어려운 시기에 사법부를 잘 이끌어갈 것" 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를 두고 '강직하고 깐깐한 성품으로 모시기 까다롭다' '선굵은 외모와 달리 부드럽고 합리적이다' 는 양면적인 평가를 하지만 사법부의 좌표를 짊어질 '적합한 인물' 이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崔대법원장 지명자는 16일 오후 "김중권 (金重權)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오전에 통보받았다" 며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후에 입장을 밝히겠다" 고 말했다.

그의 소신을 알려주는 가장 큰 일화는 유신시절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신청한 법관기피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74년 7월 김대중 당시 신민당 대통령후보는 선거법위반사건 재판 진행중 "사전 선거운동을 했구먼" 이라고 내뱉은 재판장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다.

재판부가 예단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관 시절인 지난해 2월엔 '서울대 禹조교 성희롱사건' 주심을 맡아 "이성에 대한 성적 관심이 상대방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정도라면 위법" 이라며 원심을 깨고 禹조교의 손을 들어줘 성희롱에 대한 법적 판단을 처음으로 세웠다.

법원 살림을 관장하는 법원행정처장 (93~97년) 시절엔 천원 단위까지 예산내역서를 캐묻는 가 하면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관용차 (그랜저) 를 자동기어로 바꿔달라는 건의를 반려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주사' 라는 애칭이 붙었다.

사법개혁의 '산파역' 으로 崔지명자가 남긴 일화도 유명하다.

95년 10월 로스쿨 도입문제를 둘러싸고 이홍구 (李洪九) 당시 국무총리와 설전을 벌여 결국 李총리의 사과를 받아냈다.

부산지법 판사 재직중 중매로 호남 법조계 대부인 고 (故) 고재호 (高在鎬) 전 대법관의 사위가 됐다.

부인 고수경 (高壽慶.57) 씨와 사이에 1남2녀를 뒀다.

사위 두명이 서울지법 판사며, 아랫동서도 서울고법 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강원 강릉 (60) ▶강릉상고.서울대법대 ▶고시 13회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서울북부지원장 ▶서울민사지법원장 ▶대법관 ▶법원행정처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정욱.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