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공학도 '생명의 효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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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변희태씨와 아들 익주군이 집 근처 공원을 산보하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대병원 장기이식 병동에서 부자(父子)가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간경화로 투병 중인 아버지와 자신의 간 일부를 떼주려는 대학생 아들. 아들이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수술 잘 될 테니 걱정 마세요"라고 나지막하게 말하자 아버지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도유망한 공학도가 자신의 간 절반을 떼 사경을 헤매던 아버지의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효행의 주인공은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2학년 변익주(19)군.

변군은 민족사관고등학교를 2년 만에 조기졸업하고 대통령 장학생으로 뽑혀 지난해 포항공대에 입학했다. 1학년 때 과 차석을 차지한 그는 세계적인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다.

변군이 아버지 변희태(48.무역업)씨의 병환을 안 것은 지난 6월 말. 1997년 간암으로 3개월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고도 기적같이 재기한 아버지가 간경화로 쓰러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담당 의사는 "간 이식 외에는 치료방법이 없다"며 서둘러 수술할 것을 권했다.

가족과 친지들이 혈액.조직검사를 받았으나 간 이식 수술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은 변군뿐이었다. 변씨는 "차라리 죽고 말지 내가 살기 위해 자식의 몸에 칼을 댈 수는 없다"며 한사코 이식받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변군은 서둘러 수술하지 않으면 아버지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장남인 제가 아버지께 간을 드리겠다"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는 "아버지가 베푼 사랑에 아들이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부모님을 설득했다. 아들의 고집에 결국 부모가 졌고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손해용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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